(MB정부 경제수장들)④물가 치솟는데 김중수 한은총재 '출장중'
입력 : 2011-07-07 20:43:54 수정 : 2011-07-08 10:54:01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지 1년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김 총재는 취임 초 낙하산 인사 논란과 함께 물가상승에 대한 늑장대응,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등을 이유로 시장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우선 청와대 경제참모 출신으로 중앙은행 총재직을 맡게 된 데 대해 '적절치 못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에 경제동향 보고, 정부와의 협의체 운영 등 한은 독립성을 떨어뜨렸다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물가관리에 실패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들어 소비자물가는 상반기 내내 4%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해 하반기 부터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선제적 대응'이 아닌 '뒷북' 금리인상이라는 지적이다.    
 
시장과의 소통에도 금이 갔다. 한은의 금리 결정은 최근 시장의 예상이나 기대와 번번이 어긋났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1년 넘게 공석으로 남아있는 금통위원을 채우지 않고 있는 모습도 중앙은행 수장의 책임 방기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재 비어있는 금통위원은 대한상의 추천 몫이지만, 한은 총재로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바 없다.
 
하지만 대외활동에 있어서는 역대 총재와는 달리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한은 내부에서는 한은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물가-통화 주무 기구인 한은이 물가관리 등 내부의 시급한 현안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해외 활동에만 열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한은에 따르면, 김 총재는 지난해 3월 30일 취임 이후 1년여 기간동안 총 22번 해외출장을 나갔다. 
 
2006년 부터 2010년 3월말까지 4년 동안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다닌 해외출장 횟수는 29번이었고  박승 전 한은 총재의 해외출장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4년 동안 32회였다. 연간 평균으로 하면 7~8회에 불과해, 전임 총재에 비하면 김총재의 해외출장 회수는 3배나 많았다. 
 
잦은 강연 활동도 눈에 띈다. 김 총재가 취임 이후 나선 강연은 총 14번. 한달에 최소 한번 이상은 강연에 나선다는 얘기다. 이성태, 박승 전 한은총재가 4년의 임기 동안 총 2번, 9번의 강연활동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은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금융체계 개편과 관련해 국제회의가 많아졌고 감독기구 형태의 회의에 새롭게 참가를 하게 되면서 일정 자체가 많아졌고 또 지난해 G20회의 의장국으로서  실무적으로 챙겨야 할 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한국은행의 위상이 높아진 게 아니냐는 얘기다.
 
또 그 동안 김 총재가 강조해온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라는 맥락과도 무관치 않다. 김 총재는  "국제금융상황 리스크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가장 어려운데 그 판단의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중앙은행 총재들과의 모임"이라며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 너무 잦은 해외일정으로 내부 소홀할까 '우려'
 
중앙은행 총재로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요한 만큼 잦은 해외출장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컨퍼런스나 세미나 , 강연 등  꼭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행사까지 챙기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온다. 특히, 일부 해외 일정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시기나 위상측면에서도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해 8월 23일 참석했던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강연.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한국과 미국 국민들간에 이해 및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기구다. 한은은 "김 총재가 참석한 회의와 모임은 대부분 국제적으로 중요한 인사가 참석하거나 의미가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지만, 중앙은행 총재가 굳이 이 모임에 참석해 강연을 가질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김 총재가 프랑스은행 주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지난 3월 2일 국내에서는 2월 소비자물가가 4.5%를 넘어서면서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컸던 시기였다. 
 
개인금융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위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었던 지난 6월 22일 김 총재는 BIS연례컨퍼런스 및 연차 총회를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물가와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연일 언론에 표출되는데 대해 중앙은행 수장인 김 총재의 멘트는 "물가상승이 공급측면의 요인 때문"이라거나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 정도였다. 위기감과 대처방안에 대한 고민은 묻어나지 않았다. 물가급등이 심각해지고 가계부채 위기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하반기 최우선 정책방향을 '물가안정'에 두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은 가계부채나 물가불안 등으로 어느 때보다 통화당국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총재가 모든 일을 할 순 없지만 잦은 해외활동으로 내부 역할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측은 "중앙은행 총재로서 마땅히 참석해야하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때문에 일정을 소화한 것"이라며 "그 결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는 물론 한은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해외일정 중에도 수시로 한은 실무진들과 메시지 또는 전화를 통해 정보를 전달받고 지시를 하고 있는만큼 내부사안에 소홀하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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