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손보사들, 정비업체 등치고 소비자엔 '생색'
입력 : 2011-10-24 18:01:32 수정 : 2011-10-24 18:35:37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이른바 '단골 고객'에 목이 마른 협력 차량 정비업체들의 '약점'을 이용해 부품값 등을 정비업체에 부담시키며 고객에게 생색을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엔진오일 할인 쿠폰 등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부품값, 수리비 등을 정비업체가 모두 부담하고 있는 것.
 
손보사와의 협력 관계로 인한 고정 고객 확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협력 차량정비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손보사들의 횡포를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정비업체, 울며 겨자먹기
 
24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애니카', 현대해상 '하이카', 동부 화재 '프로미월드', LIG는 '매직카'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보험 가입자들은 이들 손보사에서 제공한 할인 쿠폰을 이용해 해당 정비업체에서 손 쉽게 교환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손보사에서 엔진오일 교환시 1만원, 2만원을 할인해주는 쿠폰을 발행하고 있지만 쿠폰 사용 시 정비업체는 마진이 남지 않거나 심지어 손해를 보고 있는 형편이다.
 
하이카 정비업체 직원은 "1만원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정비업체에서는 그나마 몇 천원 이익을 얻지만 2만원 할인 쿠폰은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손보사에서는 고객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과다한 수리비 지불을 막기 위해 협력 업체를 모집하고, 정비업체는 대형 손보사의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이면서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서로 협력하고 있다.
 
문제는 협력 관계를 원하는 정비업체가 상대적으로 많다보니 손보사와 상호 대등한 계약 관계가 아닌 상하관계가 형성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물론 손보사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할인쿠폰에 대해, 그 부담을 정비업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계약은 따로 없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내민 계약서상에는 보험사가 시행하는 행사나 서비스에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에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프로미월드 정비업체 직원은 "계약을 할 때 '서로 적극 지원한다'는 식의 내용에 동의했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갑과 을 관계에서 을인 정비업체가 무슨 힘이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 과포화상태인 정비업체 약점잡아
 
손보사가 정비업체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생색내는데도 정비업체에서 반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시장이 과포화상태에 있다는 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동차 정비업체는 4만3931곳에 이른다.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 적정한 정비업체 수를 2만~2만5000곳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숫자다. 1998년 허가제가 등록제로 바뀌면서 정비업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 포화상태를 넘어 경쟁이 치열해진 것.
 
부당한 보험사의 횡포를 알고서도 대형 손보사와 협력하려는 정비업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동작구에서 일반 정비업체를 하고 있는 A사장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늘어나면서 영세 업체들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손보사와 협력을 맺으려고 업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포화된 정비업체 시장을 눈치 챈 손보사들이 안정적인 '고객 확보'를 미끼로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는 셈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임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