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변협 공보이사의 황당한 '소신'
입력 : 2012-04-03 19:16:10 수정 : 2012-04-03 23:24:23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그의 머리 속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걸까?
 
현직 부장검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논평을 낸 엄상익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얘기다.
 
서울중앙지법 기자실에서 변협이 보내온 논평을 받아들고,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황당한 주장을 읽어가면서 그야말로 '열불'이 났다. 그러다가, 정의와 인권을 부르짖는 변호사단체의 고위 임원이라는 사람의 몰상식과 무신경이 도저히 소통불가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치 커다란 벽이 앞을 막아서는 듯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나는걸까?
 
우선 검찰과 기자단의 공식적인 회식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정신나간 부장검사를 질책해야 마땅한 상황에서, 그는 오히려 '술자리에 간 여기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한계를 넘어서는 술자리를 만드는 이유가 궁금하다',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 운운한 대목에서 그의 비상식적 가치관이 드러난다. 
 
사건의 본질은 못본척 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런 인식은 피해자의 언행, 몸가짐 등을 문제 삼아 성폭력 행위 발생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피해자 유발론'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오히려 자신의 논평을 "정의와 인권의 측면에서 쓴 '소신발언'"이라고 강변하니, 그에게, 또 변협에게 '정의'와 '인권'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3일 서울중앙지법 출입기자단은 변협 회장에게 이번 파문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성명'과 '엄 이사 해임'을 요구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엘리트집단으로 평가받는 변호사 대표단체에 그가 공보이사로 계속 재직한다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 '변협의 수준'을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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