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재판관들 '헌재 장기공백·대법원 갈등' 우려 한 목소리
국회 파행으로 4명만 남아..헌재 기능정지 사태 불가피
입력 : 2012-09-14 22:05:03 수정 : 2012-09-14 22:07:1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김종대(64·사법연수원 7기)·민형기(63·6기)·이동흡(61·5기)·목영준(57·10기) 등 네명의 헌법재판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14일 퇴임했다.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 재판관들은 헌법재판소의 장기 공백과 대법원과의 갈등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퇴임 재판관 4명이 14일 퇴임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국회의 본회의 취소로 후임 재판관이 취임하지 못해 헌재는 사상 초유의 기능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김종대 재판관은 “오랫동안 재판관 한분이 보임되지 아니함으로서 온전하지 못한 재판을 1년 넘게 해왔다”며 “이는 헌법이 정한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대한 균형이 깨지는 것으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이 헌법에 어긋나는 재판을 거부할까도 생각했다”고 속내를 밝힌 뒤 “앞으로는 이같은 작은 오점도 헌정사에 다시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재판관은 또 “한때 헌법재판기능을 대법원 등 헌법재판소가 아닌 기관에 맡긴 때가 있었지만 모두가 그 기능을 제대로 행사 하지 못했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우리도 헌법재판소를 탄생시켰다”며 “대법원은 이같은 배경을 좀더 이해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 헌재는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규정한 헌법의 취지를 잘 새겨 줌으로써 각자 조직이기심을 버리고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상호 존중해 부적절한 갈등관계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흡 재판관도 “세계 각국에 헌법재판소가 설치되고 헌법재판이 활성화되면서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의 인권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헌법기관 즉 정부나 의회 등으로 부터 헌법재판소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조직적 통합 주장도 그러한 움직임의 한 종류라고 볼 여지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 좋은 결정을 내림으로써 진정으로 국민의 기본권보호의 최후보루로서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여 선진제국의 헌법재판에 못지않은 이론적 뒷받침을 가지고 좋은 결정을 내림으로써 진정으로 국민의 기본권보호의 최후보루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더 한층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목영준 재판관은 자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헌법재판제도가 외국에서 격찬을 받고 있지만 헌법재판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신뢰가 뿌리내리지 못하였고, 헌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헌법재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할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한 헌법적 논리도 완결되지 못했다”며 “우리 자신의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우리 개인이나 헌법재판소의 이익과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오직 헌법적 정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위하여 변화할 때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형기 재판관은 “헌법재판소가 국내적으로 가장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공공기관으로 평가받고, 국제적으로도 역동적이고 모범적인 재판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재판소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를 이끄는 소중한 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저력과 역량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는 안창호, 김이수 두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처리되지 못한 채 본회의가 취소돼 헌법재판소의 장기공백이 이어졌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이강국 소장을 비롯해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 재판관 등 4명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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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