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키코 피해기업 "정부·금융당국, 사태 전면 재조사 촉구"
입력 : 2012-10-08 22:50:32 수정 : 2012-10-08 22:52:10


[뉴스토마토 윤성수 기자] 앵커)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본 사건이 있었습니다. 4년이 지났지만 그 상처는 여전한데요. 오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키코'가 구조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품이라고 질책이 이어졌습니다.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은행들이 키코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했고, 금융당국도 이를 방치해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중소기업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윤성수 기자, 오늘 '키코 사태'에 대해 의원들의 시선이 집중됐는데요. 이 사건이 다시 조명되는 이유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사실 이 사건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잊혀졌습니다. 피해기업들이 검찰에 냈던 고소사건도 무혐의로 처리되고, 법원에서도 은행들 손을 들어주면서 다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저희 <뉴스토마토>에서 올해 초 검찰의 축소은폐의혹과 법원의 편파적인 판결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이어 지난 8월에는 법원에서도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전향적인 판결이 처음으로 나온 겁니다. 그러면서 많은 국회의원들이 키코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국정감사 테이블에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앵커)오늘 국정감사장에는 누가 출석했나요?
 
기자) 네. 이날 김석동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트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운용로 외한은행장, 이현주 하나은행 부행장 등이 참고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다만,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불참했는데요.
 
피해기업 가운데에는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정석현 위원장, 피해기업 대표인 박용관씨, 이성민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의원들은 김 회장의 불참에 대해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정감사에 다시 출석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앵커)이날 국감장에서는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주장했다고 하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네. 참고인으로 참석한 키코 공대위의 정 위원장은 "해외에서는 법원에서 키코 피해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데, 우리는 금융당국이 실태조사조차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위원장에 따르면 소송을 추진한 업체는 총 242개입니다. 그중 20개사는 이미 부도가 나거나 파산했고, 23개사가 법정관리 혹은 경영권을 박탈당했습니다. 소송을 포기한 곳도 71개사에 달해 현재 소송을 진행하는 회사는 133개사로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장 위원장은 "키코 기업들은 잘만 지원했다면 대부분 히든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었다"며 "키코 피해기업도 보호해주지 못하면서 정부가 히든챔피언을 기르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이날 국정감사장에는 실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대표도 나왔다고 하죠?
 
기자)네. 참고인으로 출석한 엠텍비전의 이성민 대표는 "이번 키코 피해로 73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융당국이 공정한 규제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현재 수백개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현 정부가 사후관리를 다시 대처함으로써 망해가는 기업을 살려달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은행과 기업간의 잘못을 따져 재판에 의해 결정나는 것 보다, 현재 기업들이 본래 위치에 올 수 있도록 정부나, 금융당국이 적극 대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앵커)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겠군요. 주로 어떤 부분을 지적했는지 소개해주시죠.
 
기자)네. 금융감독원이 키코 사태 당시 거래은행들의 입장에 서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기업들의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할 '금융상품 설명의무'에 대해서도 인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민주통합당 이상직 의원은 "키코피해의 대한 1차 책임은 정부이고, 2·3차 책임은 은행·금융당국"이라며 "현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국가대표 수출 중소기업들이 다 망한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이 의원은 또 "금융당국이 키코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위험성을 금융기관에 알렸어야 하는데 사후 수습형 감독만 하고 있다"며 감독 부실을 추궁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힐 스탠다드차트은행장은 "우리측도 1000억원대 손실을 본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즈니스 흐름에 있어 기초적인 취약점이 나타난 것으로 가입 시 설명이 부족했던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금감원에서 제공한 자료에는 1400억원 이익본 것으로 나왔다"며 "금감원 자료와 맞춰보게 추후 자료를 다시 제출하라"고 밝혔습니다.
 
앵커)또 어떤 주장들이 제기됐나요?
 
기자)같은 당 이종걸 의원도 금융회사가 파생상품 업무 방식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의원은 "마치 도매를 사서 소매에 파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챙긴 것인데, 손실을 봤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수수료 마이너스라는 거래는 없다. 손실을 봤다면 명백하게 자료를 제공하라"고 말했습니다.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도 "금감원이 키코 사태에 있어 설명의무의 가치에 대해 충분히 자각하지 못했다"며 "점검결과 드러난 설명의무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실질적 점검 없이 은행 측 자료를 기준으로 명목상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키코 공대위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실태조사를 근거로 국회에서 특검을 실시해 철저한 조사를 통한 공정한 사법적 판단을 받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앵커)네. 키코사태는 몇 해 전부터 우량 중소기업들을 줄도산으로 몰고 간 통화옵션 상품으로, 당사자인 기업과 금융권이 수년째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지난 8월 은행 측 책임을 지적한 최초 판결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국감을 통해 정부와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대처를 기대해봅니다. 키코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던 뉴스토마토도 앞으로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성수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기자)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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