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한국인 입맛에 맞는 진짜 창극 '장화홍련'
입력 : 2012-11-28 10:49:17 수정 : 2012-11-28 11:08:59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판소리와 스릴러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일까.
 
판소리는 창(노래), 아니리(이야기), 발림(몸짓)으로 이뤄져 있어 풍부한 감정을 담을 수 있지만 대개 한(恨)이나 비애 또는 신명을 담고 있다. 공포나 불안감 같은 감정은 판소리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국립창극단의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은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특히 판소리의 요소 중에서도 창만으로 공포, 불안감, 긴장감 등을 모두 표현해 낸다. 목소리만으로도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장화홍련>은 극의 공포감 조성에 에너지를 집중했다. 무대는 뿌연 안개와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 그리고 호수로 표현된 물웅덩이를 조성해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원형무대에 둘러앉은 관객들은 관객석과 같은 높이의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공포를 보다 실감나게 체험한다.
 
 
 
 
 
 
 
 
 
 
 
 
 
 
 
 
 
 
 
 
 
또 아녀자의 흐느낌을 연상시키는 피리와 소아쟁의 라이브 연주는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탁월하게 묘사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특히 배우들은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처럼 사용해 극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아니리와 발림, 북 장단이 없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담담하게 창을 하는 모습은 다소 어색해 보일 수 있다. 대사와 노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연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가락을 넣은 소리가 등장하거나 소리를 하다 갑자기 연기를 하기도 한다.
 
대사와 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형식은 무척 독특하지만 한국인이라면 거부감 없이 쉽게 공감하며 즐길 수 있다.
 
이번 작품을 '논란이 될 만한 실험적 작품'이라고 표현한 김성녀 예술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이번 실험은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우리 것이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창극이 새삼스레 친숙하게 느껴지는 공연이다.
 
국립창극단의 스릴러 창극 '장화홍련'은 오는 3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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