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정책검증)⑥조세·재정..'말로만 증세' 될수도
(특별기획)"재원 마련 방안 부실..공약(空約)될 수 있어"
입력 : 2012-12-09 16:46:29 수정 : 2012-12-09 16:48:35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그야말로 '증세'(增稅)가 화두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모두 증세를 외치고 있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한표 한표가 절실한 대통령 후보들이 세금을 더 걷겠다는 증세를 외치는 것은 당연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복지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글로벌 위기 속에 재정건전성 확보가 국가경제에 중대한 과제가 되면서 세금이 거의 유일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지난해말 기준 420조원을 돌파했고, 공공기관 부채를 합하면 900조원에 육박한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재정절벽을 이겨내는 방안으로 증세논의가 한창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의 무한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부담을 늘릴 수 밖에 없다는 데에 국제적인 이견이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가 서민 중소기업에 까지 혜택을 준다는 '낙수효과'를 근거로 대규모 감세정책을 실시했지만, 두차례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그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감세에서 증세로의 조세정책 '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줄푸세'에서 증세로 얼굴 바꾼 박근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경쟁하던 박근혜 후보는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내용의 이른바 '줄푸세'공약을 내걸었다.
 
대규모 감세정책을 주장한 이명박 후보와 함께 '감세'를 정책 화두로 제시한 것이다.
 
그런 박 후보도 5년 뒤 지금 증세를 얘기하고 있다. 사실상 감세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다 자신이 공약하고 있는 각종 복지정책의 재원마련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박 후보는 증세를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하며 가급적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급격한 세율인상 보다는 각종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정비해 세금을 제대로 거두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세목별로는 법인세보다는 소득세를 인상하되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강화하고, 주식양도차익과세범위를 넓히는 증세안을 내 놓고 있다.
 
부유세 도입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면서도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의 세율인상에는 긍정적인 것도 주목된다.
 
◇ 식물인간 된 '종부세'도 살리겠다는 문재인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 보다는 증세안을 보다 구체화 시켜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을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이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부자감세의 정상화가 첫번 째 증세목표로 제시됐다.
 
문 후보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 외에도 현재 3억원 초과로 기준이 설정된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을 1억5000만원 초과로 대폭 하향조정,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부담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법인세 부분에서도 대기업의 각종 세금감면을 철회하고, 법인세 과표구간을 세분화해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내 놓고 있다.
 
특히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대표적인 부자세금으로 명성을 떨쳤던 종합부동산세의 부활을 공언하고 있다.
 
종부세는 고가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일종의 부유세이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일부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과세대상이 대폭 축소, 재산세와의 통합이 논의되는 등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고 있다.
 
문 후보측은 이명박 정부에서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한 종부세 부과기준을 다시 6억원으로 강화하는 등 종부세를 적극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다만 부가가치세의 인상에 대해서는 서민에 대한 증세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신 간이과세자 기준을 강화하고, 면세기준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 '부자증세' 구색맞추기 급급한 공약..재원방안으로는 부족
 
대선 후보들이 증세라는 대주제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이것이 자신들이 계획하고 있는 각종 정책공약의 재원마련 방안으로 꼽히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 밝힌 공약 실현을 위해선 5년간 박 후보와 문 후보 각각 135조원과 19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후보들이 내 세운 증세방안은 많아야 수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공약하고 있는 금융소득 종합과세기준 강화는 이미 올해 세법개정안 논의과정에 포함되어 김이 빠진 상황에다 그 세수입 증대효과는 12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장기적으로 이를 더 강화한다고 해도 세수효과는 복지재원 요구수준에 비하면 미미하다.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안도 이미 정부안보다 더 강화된 방안이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세수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방안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해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에 비과세감면 축소폐지를 약속해 왔지만, 오히려 국회의 벽에 막혀 무산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현재 심의가 진행중인 올해 세법개정안 논의에도 정치권에서 쏟아낸 비과세감면 확대 및 유지법안이 36건이나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표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권이 여기저기서 세금 깎아 달라는 이익집단과 지역주민의 요구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각종 비과세감면으로 덜 걷은 세금만 작년 한해 30조원이 넘는다.
 
전규안 숭실대 교수는 "후보자들이 비과세감면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폐기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세율 인상도 세율과 과표구간을 동시에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납세자연합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공약을 보고 납세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세금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지가 예측될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조세감면 축소, 세율조정, 세제 정상화, 조세부담률 적정화, 실효세율 인상 등 구체성이 떨어진다"면서 "부자증세'라는 이미지만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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