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당선자 '선박금융공사 설립' 공약에 수출입銀 '속앓이'
수은 선박금융부서 공사 이전 고민..업무비중 두번째로 커 알짜
입력 : 2013-01-08 14:51:14 수정 : 2013-01-08 14:53:27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선박금융공사 설립 공약에 수출입은행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선박금융공사가 설립될 경우 수은의 선박관련 부서 이전이 불가피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박근혜 당선자는 지난 대통령 선거유세 당시 부산 살리기 7대 공약 중 하나로 '선박금융공사 설립'을 약속했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대표 발의한 '한국선박금융공사법' 제정안을 직접 거론하며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해 선주, 조선소 등을 지원하고 부산을 동북아 선박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같은 당선자의 공약에 수은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공사 설립에 적극 찬성하자니 수은의 업무가 쪼그라들 것이 불보듯 뻔하고 끝까지 반대하자니 공사 설립시 주도권 확보에서 밀린 채 새 정부에 미운털만 박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금융은 수은의 금융지원 분야 중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수은이 제공한 금융지원 규모는 약 70조원으로 플랜트 16조5000억원, 선박금융 14조6000억원, 녹색산업 5조원, 해외 자원개발 2조8000억원, 무역금융 12조원, 기타 19조1000억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선박금융공사가 설립되면 수은은 '알짜' 선박금융부를 공사로 넘겨야한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안에는 정책금융공사로부터 출자한 2조원을 자본금으로 삼고 수은의 선박금융부를 부산으로 옮겨와 이를 확장하는 방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사 설립에 마냥 반대하기도 어렵다.
 
당선자가 직접 거론하며 약속한 사안인데다 법안까지 발의돼 있어 내달 법안소위 심사 등을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사 설립은 '시간문제'가 된다.
 
당선자 공약에 반대로 일관하다 공사가 설립되면 주도권 확보는 커녕 정치적 부담만 떠안게 된다.
 
수은 내부에서조차 손 놓고 있다가 공사 설립의 주도권을 놓치게 되는 것보다 실질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은 관계자는 "특정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 주도로 공사를 설립해 그 분야만 중점 지원한다는 것은 금융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특정 산업이 경기가 좋지 않으면 그때마다 공사를 만들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하지만 실제로 선박금융공사가 만들어진다면 차라리 주도권을 쥐고 가는 게 낫기 때문에 반대만 할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수은 고위 관계자는 "해외 선주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하기 위해선 오랜 경험과 실적으로 신뢰가 쌓인 금융기관이 유리한 만큼 공사가 신설되면 수은의 역할이 절실할 것"이라며 "선박금융 사업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수은과 공사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단기간 지원이 집중되는 국내 선박지원 업무를 맡고 수은은 10년 이상 소요되는 해외 장기금융지원으로 업무를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선주가 배를 사는데 대출해 주는 해외 파이낸싱은 대출금 회수까지 10~15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대출 규모도 수십조에 달해 자본금 2조원의 신설 공사가 나서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장기 해외 금융지원은 수은이 맡고 1~2년간 단기로 지원하는 국내 선박지원은 공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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