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암 유발물질로 알려진 파라벤을 첨가하고도 '친환경', '천연원료' 등이란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화장품들이 범람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파라벤은 화장품을 비롯해 가공식품, 위생용품 등에 방부제로 널리 쓰이지만 지난 2004년 호르몬계를 교란시켜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최근 화장품 업체들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파라벤 함유 기준은 0.4%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화장품에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으나 발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에이블씨엔씨(078520)의 미샤가 파라벤이 함유된 제품을 '무(無) 파라벤'이란 문구로 광고하다 적발되고 유아용 화장품에서 파라벤이 검출되는 등 사회문제로 확대되면서 화장품 회사의 도덕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051900)의 더페이스샵은 온라인 쇼핑몰 기준 베이스·포인트 메이크업 인기 상위 20개 제품 중 무려 14개에 파라벤을 사용하고 있다.
스킨케어 상위 10개 제품 중에서는 2개에만 파라벤이 함유됐으나 '알로에 후레쉬 수딩미스트'에는 메칠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에칠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등 파라벤 5종이 함유됐다.
이에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자연주의'란 브랜드 콘셉트는 가이드라인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유기농 화장품 등 기준이 명확한 제품과 성격이 다르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페이스샵 브랜드 슬로건
네이처리퍼블릭은 메이크업 상위 10개 제품 중 블러셔, 틴트 등 4개가 파라벤이 함유됐고 아예 전 성분을 공개하지 않은 제품도 2개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이니스프리는 스킨케어 상위 15개 제품에는 파라벤이 없었으나 메이크업 상위 15개 제품 중 '마블링 브라이터'와 '선블록 팩트' 등 2개에 파라벤 성분이 들어 있다.
◇이니스프리는 천연원료를 사용하는 자연주의 브랜드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파라벤을 비롯 페녹시에탄올 등 화학방부제를 사용하고 있다.
파라벤을 사용하지 않은 대부분 제품에는 파라벤보다 위험성이 낮다고 알려진 또 다른 화학방부제 페녹시에탄올을 사용하고 있다.
페녹시에탄올은 파라벤의 대체 방부제로 쓰이지만 역시 체내에 흡수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파라벤과 페녹시에탄올은 보존력이나 안전성 면에서 비슷한 성분이나 파라벤만 유독 주목받고 있어 페녹시에탄올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해평가 다음에 사용을 허가하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사용되는 것"이라며 "화장품 자체가 피부 깊숙하게 흡수되지 않아 일정 범위에서는 사용을 허가한다"고 말했다.
파라벤을 사용하는 자연주의 브랜드에 대해서는 "파라벤 성분과 관련해 허위 또는 과대 광고·표시가 돼 있는 제품은 직접 조사를 통해 처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규제에 맞게 파라벤이 함유됐을지라도 피부에 직접 바르는 제품이 여러 종류인 만큼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업체들이 파라벤 사용을 줄이고 있지만 관계 당국이 화장품 사용 시 유해성분이 체내에 얼마나 축적되는지를 계산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들을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소비자들이 자연주의 브랜드 콘셉트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며 "특히 아토피나 알레르기 등 피부질환이 있는 소비자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무(無) 파라벤' 허위 광고로 행정처분을 받은 미샤는 스킨케어 인기 10개 제품 중 4개, 메이크업 10개 제품 중 6개, 포인트 메이크업 10개 제품 중 10개가 파라벤을 함유하고 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