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대출여력 바닥..숨통틀까
입력 : 2009-01-04 10:23:59 수정 : 2009-01-04 10:23:59
작년 9월부터 불어닥친 세계적인 신용경색 여파로 제2금융권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저축은행 등 서민 금융기관들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에도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출해줄 여력이 없었다.
 
금융권에선 새해 들어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되고 당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신용경색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제2금융권까지 온기가 미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된다.

◇ 작년말 대출 여력 '바닥'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작년 11월 말 현재 전체 여신규모는 54조8천억 원으로 10월 말보다 5천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저축은행의 여신 순증 규모는 작년 8월 1조3천억 원에서 9월 6천억 원, 10월 7천억 원으로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주고객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로 이들을 합한 기업여신이 전체 대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 여력이 줄어든 것은 예.적금을 통한 자금 유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말 저축은행의 전체 수신규모는 58조8천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불과 3천억 원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저축은행에 월평균 9천167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7~11월에는 유입 규모가 월평균 5천800억 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저축은행들은 연말과 연초에 예금 만기가 몰려 있어 업체별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대출을 조이고 연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회사도 대출 여력이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 5개 전업카드사의 작년 1~9월 월평균 카드론 실적은 9천201억 원이나 10~11월에는 월평균 6천555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카드사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작년 9월 8천600억 원에서 10월 6천400억 원, 11월 2천430억 원으로 급감했다.

 
캐피털사들은 주 업무인 자동차 할부금융과 리스, 신용대출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캐피털사의 채권 발행 규모는 작년 9월 7천232억 원에서 10월 1천450억 원, 11월 1천15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보험사들도 위험관리 차원에서 전체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용경색과 경제위기로 보험사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보험금을 담보로 잡은 약관대출과 달리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은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 신용경색 완화 조짐

 
한국은행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와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정책에 힘입어 제2금융권에는 신용경색이 일부 풀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12월 카드사의 채권발행 규모는 6천30억 원으로 작년 1~8월 월평균 발행규모(6천188억 원)에 근접했다. 카드채 발행 금리도 작년 11월 평균 8.60%(표면금리 기준)에서 12월에는 8.37%로 하락했다.
 
캐피털사의 채권 발행규모는 작년 12월 1천550억 원으로 전월 대비 35% 늘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이 최근 잇따라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에서 자금지원이 이루어지면 시간을 두고 신용경색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축은행들은 연 9%에 육박하던 예금 금리를 크게 낮추고 있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8.6%까지 올렸다가 7.2%로 인하했다. 서울저축은행과 프라임저축은행의 작년 12월 초 예금 금리는 연 8.6%였지만 이달 2일에는 각각 7.9%, 7.5%로 낮아졌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대폭 낮추고 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하향 조정함에 따라 자금 조달을 위한 저축은행의 고금리 경쟁도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사의 채권발행 금리는 8%대이고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은 부진한 상황이어서 제2금융권으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효과가 미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자금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은행과 비교하면 제2금융권의 자금 사정은 여전히 답답한 수준"이라며 "채권시장안정펀드의 과감한 자금 투입을 비롯해 신용경색을 풀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연합뉴스

연합뉴스 기자의 최신글 뉴스카페
관련 기사 더보기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