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사람만 오는 예술의전당..국민 접점 넓힐 것"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기자간담회
입력 : 2013-05-14 14:54:55 수정 : 2013-05-14 15:30:43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예술의전당에 한해 230만명의 관객이 들어오는데, 문제는 오는 사람만 온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좋은 연주, 공연, 전시를 어떻게 국민들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고민하려 합니다."
 
고학찬 예술의전당 신임사장(사진)이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임기간 동안 펼칠 정책과 비전을 밝혔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은 고학찬 사장 시대를 맞아 공급자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고객 중심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차별화된 예술 프로그램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고 사장은 이 같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6가지 정책으로 ▲콘텐츠 영상화 사업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노블회원제 ▲가곡콘서트·어린이동요무대 ▲종합 아트 힐링 프로그램 ▲관객주도형 기획 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예술의전당의 6가지 새 정책
 
방송사 PD출신인 고 사장은 현재 '콘텐츠 영상화 사업(SAC ON SCREEN, 가칭)'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사업은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예술의전당 공연과 전시를 고화질 영상으로 촬영, 전국 각지에서 상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지방 문예회관 상영, 나아가 중고등학교 무료 상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시작해 올해 내 <투란도트>, <라보엠>, <돈키호테>를 비롯해 국립현대무용단의 해외안무가 초청공연, 11시 콘서트, 청소년 음악회 등 8편 내외를 블루레이, 필름, DVD 등의 영상으로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제작은 100% 외주로 진행되며 비용은 편당 5000만원 수준이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예술의전당은 5개 상주단체와 이미 논의를 시작했으며 영상물 제작사업자 선정을 위한 이사회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상태다. 고 사장은 "민간기업과 상의해서 차질 없게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 침해 우려에 관해서는 "저작권에 저촉되는 경우가 없는지 단체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의전당 예술대상(SAC AWARDS)'도 새롭게 마련된다. 고 사장은 "예술인을 격려하고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종합적인 예술대상은 아직까지 없었다"며 "클래식도 모든 국민의 관심 속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시상식과 차별화되는 점으로 고 사장은 여러 장르의 예술을 아우른다는 점을 꼽았다. 이미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 올해 8월부터 내년 8월까지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을 대상으로 예술대상을 진행한다는 공고가 나간 상태이며 곧 조직위원회도 꾸려질 예정이다.
 
종전 8세부터 24세까지의 청소년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혜택 외에 만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회원제인 ‘노블회원제’도 신설된다. 고 사장은 "청소년의 경우 싹틔우미 제도 시행 전에 비해 티켓판매율이 68% 정도 증가했는데 70세 이상 노년층은 2011년 대비 22% 감소하는 등 점점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제도는 오는 6월부터 시행되며 차후에 65세 이상으로 혜택대상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가곡콘서트'와 '어린이동요무대'는 각각 올해 8월과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고 사장은 "예술의전당이 솔선수범해 가곡과 동요 등 잃어버린 장르를 되찾겠다"면서 "국민들이 가곡과 동요를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무료공연으로 1년 내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당 사장으로서 직접 사회를 보며 의지를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6개월 단위의 '종합 아트 힐링 프로그램'은 오는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고 사장은 "예술치료가 주목을 끌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목도가 덜 한 상태"라며 "미술, 연극, 음악, 무용 네 가지 장르를 대상으로 해 3개월은 이 모든 장르를 경험하게 하고 나머지 3개월은 자신에게 맞는 장르를 정해서 심도 있게 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벌이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만약 프로그램이 잘 되면 돈을 처음보다 조금 덜 받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관객이 직접 공연·전시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내는 '관객주도형 기획 시스템'은 2014년부터 시행된다. 고 사장은 "크라우드 펀딩 같은 시도는 있었지만 기획에서부터 관객이 참여하는 제도는 없었다"면서 "쉽지 않은 시도지만 관객과 예술의전당이 손을 잡고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공연, 연주, 전시를 기획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제작비까지 크라우드 펀딩 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관객이 크라우드 펀딩에 1만원을 내면 5만원 짜리 티켓을 1만원에 보게 하는 혜택을 주는 식이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기획에 참여한 관객에게 수익도 일부 돌려줄 예정이다.
 
◇"평생 왕따 인생, 즐기면서 살아간다"
 
사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인 만큼 이날 자리에서는 갖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의 코드인사와 전문성 논란, 정책의 실현가능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발표된 정책과 관련해 대중친화적인 것 외에 예술가친화적 정책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고 사장은 "예술의전당은 그간 25년 동안 순수예술을 위해 헌신해왔다고 봐야 한다"면서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해 보는 등 선임사장들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끌고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드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일을 열심히 해서 어느 역대 사장보다 더 열심히 해서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대답했다"면서 "그렇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이 자리에서 변명 같은 것을 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전문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자 "욕심이 많아서인지 방송국 PD, 극장 운영 등 여러가지 모험을 하며 평생을 왕따 인생으로 살았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조그만 극장을 운영하던 사장이 어떻게 큰 극장을 운영하느냐는 얘기도 들었는데 전임 사장 중 작은 소극장이라도 운영해 본 사람은 이제까지 아무도 없었다"면서 "작은 극장을 운영해본 사람도 큰 극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더 이상 어떻게 말씀을 드리겠나"라고 말했다.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예산문제다. 고 사장은 "예산은 정확히 뽑지 못했지만 문화부와는 이미 소통을 했고 문화부에서도 계획 내용에 대해 찬성했다"면서 "정부예산만 가지고 할 생각은 없다. 내게는 민간기업의 협찬을 끌어 들이는 장점이 있고 이런 방식이 더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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