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인터뷰)박원석 "선거제도 개혁이 새 정치"
입력 : 2013-05-21 15:56:58 수정 : 2013-05-21 15:59:56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20일 "누구를 출마시켜도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당선되고,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이 당선되는 이 구조가 지속되면 저는 단언컨데 정치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정치의 문제점과 그에 관한 해결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은 여전히 지역주의 양당체제가 중심"이라면서 "이게 너무 고착되어 이른바 고인물처럼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 구조를 개혁할 수 있어야 되고, 이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라면서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제3세력 정당이 만들어지는 일"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제3정당이 태동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소선거구제 하에서 빈약한 비례대표제를 갖고는 계속 지금과 같은 기득권 양당체제 재생산을 가져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중대선거구제나 독일식비례대표제 같은 국민들 지지가 의석수에 정직하게 반영되는 제도가 새로운 정당체제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
 
-현실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당에 들어와서 정치를 하기 전 참여연대에서 20년 가까이 시민운동을 했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멤버로 참여해서 쭉 활동을 했다. 시민운동은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와 대단히 유사하다. 우리 사회를 더 좋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각종 공적인 의제를 다루는 것이 시민운동이다. 그렇다보니 정치와는 늘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또 정치와는 다른 방법과 과정을 통해서 시민운동을 해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일어났고, 촛불시위 당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을 맡아서 촛불집회를 조직하고 진행했다. 당시 제가 가졌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가 국민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개선을 촉구하고,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해야 된다고 얘기하는데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민의 마음을 담지 못하는 정치를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노력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정부 시절 우리가 만들어둔 정책들이 무위로 돌아가고 한순간에 사회가 후퇴하는 걸 보면서 정치에 변화가 있어야, 정치를 통한 변화가 있어야 후퇴하지 않는 사회의 변화가 가능하고 발전을 만들 수 있고 정치가 이렇게 무기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 계기를 통해서 참여하게 됐다.
 
그런데 기성정당, 지역주의 양당체제로 대변되는 기성정당 체제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컸다. 그 체제가 아닌 새로운 정당체제가 대한민국에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그러기위해서는 지역주의 양당체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3당의 역할이 필요하고, 한국사회에서는 그것이 진보정당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우리 사회의 중간층 이하, 서민과 노동자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어서 정말 정치의 변화를 주도하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지난 1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느낀 소회가 있다면.
 
▲아무래도 진보정치가 또 한 번의 분열을 겪으면서 축소됐고, 국민의 기대 만큼 역할을 못하고 있어 송구스런 마음이 먼저 든다. 그리고 소수당으로서 느끼는 한계도 많다. 국회라는 것이 원내교섭단체 간에 협의에 의해서 의사일정을 정하고 진행을 하기 때문에 소수당의 의견은 대체로 배제되는 것이 다반사다. 또 아무래도 미디어가 우리 정치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데 미디어에 있어서도 소수당의 노출이 약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의정활동에 있어 핸디캡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가 환경 탓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그런 환경마저도 우호적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의 한 부분이라고 했을 때 환경이 나쁘기 때문에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까 다들 일을 열심히 한다. 현재 국민들 사이에는 부정적인 여론도 꽤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수의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선출해주신 소명에 충실하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노력하고 있고, 여기엔 여야가 따로 없더라. 그런 것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있다. 그리고 의정활동이라는 것이 입법·예산·감시 등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밖에 있을 때 알고 있던 지식만 갖고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끊임 없이 공부해야 한다. 새로운 의제나 이슈를 따라가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자신의 발전도 없을 뿐더러 국민들이 부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다. 공부하고 현안을 늘 쫓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다양한 분야의 당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정치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이자 장점이다. 그런 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얘기를 들을 수 있고 정치의 과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세대를 만나 우리 시대에 진보정치가 나아가야 될 방향에 대해 경청하고 토론하는 일들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선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당의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당체제는 여전히 지역주의 양당체제가 중심이다. 이게 너무 고착되고 이른바 고인물처럼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그만큼 지역주의 양당체제에 깔려 있는 기득권들이 크기 때문에 그렇다. 누구를 출마시켜도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당선되고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이 당선되는 이 구조가 지속되는 한 저는 단언컨데 정치발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구조를 개혁할 수 있어야 되고 이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다. 한국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제3세력 정당이 만들어지는 일이다. 지금까지 진보세력이 제3정당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부족했다. 진보정당 스스로의 한계와 노력, 진화의 부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점은 대단히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작년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만들어주신 10%, 200만명의 지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제3정당의 필요성은 존재한다고 본다. 즉 지역주의 양당구조 밖에서 태동된 강한 제3정당이 한국정치 개혁에 있어 가장 필수적 요소인 것이다. 그런 제3정당이 태동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선거제도는 지역주의 양당체제를 4년에 한 번씩 합리화 시켜주는 제도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빈약한 비례대표제를 갖고는 계속 지금과 같은 기득권 양당체제 재생산을 가져올 뿐이다. 중대선거구제나 독일식 비례대표제 같은 국민들의 지지가 의석수에 정직하게 반영되는 제도가 새로운 정당체제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서 대통령 결선투표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통령 권력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보면 굉장히 취약하다. 전국민의 30, 40%만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되고 정권을 유지하다 보니까 정당성 측면에서나 정치적 기반의 공고함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정부가 5년 동안 추진했던 여러 정책 대부분이 실패한 이유도, 국민들의 정치적 기반이 대단히 취약해서 그런 것이다. 당시 투표율이 50%를 전후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 전체 30%의 지지만 받고 탄생한 정부다. 그만큼 기반과 정당성이 취약했다. 또한 추진했던 정책이 이른바 부자감세로 표현되는 기득권, 재벌, 부자들에 편향된 정책을 하니까 더더욱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정치가 바르게 가기 위해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공적으로 의제화시켜서 그걸 조정할 수 있어야 되고 그런 다양한 갈등 만큼 그런 갈등을 대변하는 정당체제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서로 때로는 경쟁, 협력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또 정치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 대선 때 투표 참여의 열기를 봤을 때 정치라는 것은 그 자체로 선한 요소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를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선 정치의 선한 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국민적 인식과 합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정치가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해있다. 문제는 정치인과 정당이다. 저는 이런 국민의 바람을 정치에 온전히 담기 위한 정치개혁이 시대적 과제로 요청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구조 체제의 개혁, 그걸 뒷받침 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이 된 후 지난 1년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점수로 계량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목적을 어디다 두고 가중치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우선순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모든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이라고 할 때 50점밖에 안 되지 않나 생각한다. 그만큼 여전히 배워야 할 것과 공부해야 할 것이 많고, 또 만나야 되는 사람들과 현장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다 쫓아가지 못하는 한계를 많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임기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앞으로 이제 3년이 더 남았다. 3년 동안 50점을 100점으로 채우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다가 보면 어느샌가 성과도 하나씩 쌓여갈 것이다. 또 국민들 속에서도 그러한 노력이나 성과들이 자연스럽게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향후 활동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정치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들을 공적인 영역에 끌어들여서 공적인 의지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힘이 없는 사람들을 힘을 가진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누르거나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보통사람들, 서민들의 안온한 일상을 지키고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고, 그걸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결국 민주주의, 자유, 평등, 정의 등의 개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정치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정치도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도구는 결국 정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정의당의 미래와 진보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의 저의 미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정당을 만들어서 좋은 정치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여러 과제가 있다. 진보정치가 그동안 가져왔던 인식, 관념 상의 행동방식의 한계들을 극복하기 위한 정말 뼈를 깎는 성찰과 자기노력들이 필요하고,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가능성을 인정 받기 위한 성실한 실천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의원 개인으로서는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결국에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와 정책의 현실을 바꾸는 것이 국회의원의 사명이기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 그런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제가 정치적으로 어떤 도전을 할 것인가는 지금 주어진 임기를 어떻게 보내고 지금 담당하고 있는 소명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결과로서 주어지는 것이지 주관적인 권력의지만 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섣부른 준비되지 않은 그리고 소명의식이 결여된 권력의지가 그간에 나쁜 정치를 끊임 없이 재생산을 시켜왔다고 생각하고, 그런 권력의지에 기초한 어떤 자리나 역할보다 정치의 소명에 충실해서 좋은 정당을 만들고 좋은 정책을 만드는데 그 어떤 주저함도 없이 앞장서서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을 대신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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