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vs시장..치킨게임 승자는 누구?
입력 : 2013-07-04 14:13:43 수정 : 2013-07-04 14:16:40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월가전문가들은 세계 중앙은행과 시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킨게임의 승자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치킨게임은 두 명의 운전자가 서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해 먼저 방향을 꺾는 쪽이 실패하는 게임을 말한다. 아무도 양보하지 않으면 결국 충돌해 양쪽 다 죽는 결과를 낳는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세계 중앙은행과 시장이 양적완화 정책을 놓고 벌이는 이 같은 게임에서 패자는 중앙은행 쪽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망의 근거를 지난 2주 동안 시장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지난달 중순 양적완화 정책의 점진적인 종료에 대해 논의하자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채권 수익률이 급등하고 금값은 폭락하고 뉴욕증시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의 10년만기 채권 수익률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이후 0.4%P 가까이 상승해 2.50%를 기록했다.
 
금값도 같은 기간 10% 하락해 온스당 150달러 가까이 하락했다.
 
◇국제 금 가격 추이(자료출처=시카고상품거래소)
 
이에 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축소 논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가 경제는 금융시장 건전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연준의 주요 인물들은 시장 관계자들이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에 과민반응하고 있다며 양적완화는 예상하는 것 만큼 빨리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경기가 연준이 전망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에도 연설을 통해 "경제지표가 좋지 않을 경우 자산매입 규모를 오히려 늘릴 수 있다"며 "조기 금리인상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경제 전문가들은 시장과 연준 사이의 이러한 소통 패턴이 향후 몇 년 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은 양적완화 축소 의사를 밝히고 시장의 반응을 살폈지만 결과가 좋지 않자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공약을 다시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어떤 경제이론보다 이 치킨게임이론이 양적완화 정책의 결과를 더 정확하게 분석해준다고 말하고 있다.
 
이 게임의 핵심은 두 운전자는 상대방이 먼저 길을 비킬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사실 아무도 먼저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도 비슷하다.
 
각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 종료를 외치고 있지만 금융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다시 양적완화를 시행하게 돼 결국 게임에서 패하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은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유럽은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유로존 국가 대부분이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일본은행(BOJ)이나 영란은행(BOE)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지난 2001년에 양적완화를 시행했지만 12년 후에는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일단 한 번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이를 중단하기가 어렵고 결국 더 큰 규모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즉 중앙은행과 시장 사이에서의 치킨게임에서는 시장이 이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도 한 가지 교훈을 전했다.
 
그들은 "중앙은행이 양적완화 종료를 시도하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있겠지만 이 시기에 매수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들은 자산가격 붕괴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산가격 하락을 매수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두 운전자가 충돌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도 있지만 이는 아주 먼 훗날의 일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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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