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朴 대통령 "국정원 셀프개혁" 또 동문서답
첫 입장 "모른다" 이후 또..국정원에 사실상 면죄부 주나
입력 : 2013-07-08 15:45:30 수정 : 2013-07-08 15:48:46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침묵을 깨고 지난 대선에 개입한 국가정보원의 개혁을 처음으로 언급했지만 동문서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정원은 과거 정권부터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며 "이번 기회에 국정원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선 과정에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과 NLL 관련 의혹으로 여전히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 유감"이라면서 "국정원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대선 개입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과 국회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는 국정원에 셀프개혁을 주문한 셈인데, 사실상 박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 부임 직후부터 이명박 정부 내내 국내정치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새누리당 정권을 재창출한 박 대통령이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는 게 야권과 시민사회의 요구인데, 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외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과 함께 남재준 국정원장을 임명한 인사권자임에도 향후 외교관계에 큰 부담이 될 남재준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해체 압박까지 받고 있는 국정원 개혁을 진두지휘하거나, 최소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야 할 박 대통령의 '셀프개혁' 주문이 사실상 국정원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달 24일엔 "(국정원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선부터 그었는데,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국정조사 수용 촉구 서한에 대한 대답으로 보기엔 동문서답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첫 입장 표명은 이후 김무성 의원의 고백과 권영세 주중대사 녹취록으로 새누리당 대선 캠프의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이 터지자 미리 이를 부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 박 대통령의 동문서답에 대한 야권의 시선은 싸늘한 분위기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참으로 한가한 소리"라면서 "새누리당에 협조하라고만 하면 국정원은 개혁된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정원 셀프개혁은 "원론적"이라면서 "개혁의 대상이 스스로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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