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의 NLL 카드가 정권 재창출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국정조사 물타기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사초(史草) 실종 논란이 벌어지면서 정국이 난장판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여야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자 새누리당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정계은퇴와 검찰이 대화록 유실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24일 "NLL 논란을 끝내자"는 문 의원의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고 비겁하고 졸렬한 행동"이라면서 "검찰의 수사를 문 의원이 직접 요청하라"고 압박했다.
황진하 의원 등 여당 열람위원들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 의원은 회담록 존재 여부 또는 행방 관련 진실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새누리당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열리고 있는 법무부 기관보고에서 박근혜 대선 캠프의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 위원들의 질의에 사초(史草) 논란으로 맞불을 놓았다.
국가기록원에 당연히 있어야 할 대통령지정기록물 중 새누리당이 제기한 '노무현 NLL 포기 의혹'을 가려줄 대화록이 증발한 황당한 상황에서 집권여당은 주도권을 쥔 것마냥 정쟁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은 연일 우리 당의 특정 의원과 계파를 지목하며 공격해서 당내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식의 공격은 여야 간의 금도를 넘는 일"이라고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문제의 본질은 애당초 대선 정국에서 새누리당이 제기한 NLL 논쟁은 국익이나 국가 미래에 아무 득이 될 것 없는 일이었고, 오직 대선에 활용하기 위한 정치공작의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가리기 위해 국정원은 대화록을 불법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은 대선 과정에서 불법으로 입수한 대화록을 유세장에서 낭독해서 선거에 활용했다"면서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치밀한 기획에 의한 것이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화록 실종 사태는 여야 간 진흙탕 싸움을 넘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관한 국정조사에 쏠릴 관심까지도 흡수해버리는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하며 정국을 장악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10월 정문헌 의원으로부터 시작된 NLL 논란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사라지는 듯하다 국가정보기관의 정치 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누리당에 의해 정치권의 태풍으로 다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이한구·박기춘 전임 원내대표단이 국정조사에 합의했음에도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활약으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전모가 밝혀지고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기소하자 NLL 카드로 '국정조사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결국 국정원이 스스로 공개한 대화록에선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음이 확인됐음에도 새누리당은 "사실상 포기"라는 논리로 시간을 끌었다.
새누리당은 또 국정조사 실시를 합의한 다음 날 김무성 의원의 셀프고백과 권영세 주중대사 녹취록으로 인해 불거진 박근혜 대선 캠프의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에는 김현·진선미 제척 카드로 맞섰다.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도 새누리당에게는 도움이 됐다. 며칠간 정국은 '막말' 논란에 휩싸였고, 청와대는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내며 새누리당을 거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국정조사는 생각지도 못한 대화록 실종으로 타격을 입게 돼 민주당이 생각한 방향대로 흘러갈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현란한(?) 대선용 NLL 기획이 야당을 그로기 상태로 만들며 기가 막히게 적중한 모양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즈음해 대화록을 봤다는 정문헌 의원의 말로 볼 때 이 문제를 바로 제기하지 않고 지난해 대선에 맞춰 제기한 전략은 돌고돌아 국가의 사초(史草)가 실종된 국면까지 전개됐으며 현재까지 탁월한 위력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