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는 낙관과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장르"
한팩, '2013 오늘의 코미디' 세미나 개최
입력 : 2013-07-24 16:24:37 수정 : 2013-07-24 16:27:46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국내 코미디 공연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보고 여러 극단의 코미디 메소드를 나누는 세미나가 마련됐다.
 
지난 23일 대학로예술극장 스튜디오하이에서는 한팩 '제3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의 부대행사로 '2013 오늘의 코미디' 세미나가 진행됐다. 올해 코미디페스티벌의 공식 참가작으로 선정된 각 극단의 연출과 작가가 이날 세미나의 발제자로 참여했다.
 
조형준 안산문화재단 공연기획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김정숙 극단 모시는사람들 대표는 어느 공연에서 한 희극배우가 웃음을 통해 마음을 치유해준 기억을 털어놓으며 웃음의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김 대표는 "낙관과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장르가 코미디"라면서 "작품을 본 관객이 웃으면서 인생에 대해 거리를 두고 '그래도 괜찮다'며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코미디 연극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코미디의 뿌리를 전통적인 '풀이의 미학'에서 찾고 있는 연희단거리패는 극단의 연구과제를 이 자리에서 공유했다. 현재 밀양에 있는 이윤택 연출가를 대신해 자리에 참석한 김미숙 배우는 "우리 극단에서는 연극의 신이 백수광부라면 희극의 신은 처용으로 보고 있다"면서 "분노를 풀어내 개방된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복수의 감정을 씻어내 화해와 상생의 길로 이끄는 처용의 태도가 곧 한국 희극의 인식론"이라고 설명했다.
 
연예오락 매체에 대항할 만한, 코미디 연극만의 가치를 강조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극단 성난발명가들의 김시번 연출가는 "연극이 지니는 타 매체와의 차별성은 현장성이며 이는 불변의 매력이자 영원한 무기"라며 "살아있는 현장성과 미리 정해둔 정교한 약속 사이의 불안정함이 있는데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이 불안정함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역동성이 싹튼다"고 설명했다.
 
극단 이안의 오경택 연출가는 "코미디가 필요한 시대인데 연극에서 많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을 내놨다. 오 연출가는 "코미디는 나와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게 만든다"면서 "창작, 발굴, 재해석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총동원해 코미디 연극의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극단 청국장의 김신후 작가는 "스릴러, 미스터리, 멜로 등의 장르는 작법에 대해 많이 서술돼 있지만 코미디는 그렇지 않아 순전히 작가의 감에 의존해야 한다"면서 코미디 작가로서 실제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아울러 "코미디는 아름다운 거짓말"이라며 현 시대의 고민, 역사와 결합되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는 뜻을 비쳤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는 선욱현 극단 필통 대표, 고선웅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 오세혁 극단 걸판 연출가 겸 극작가가 함께 자리해 코미디페스티벌에 바라는 점, 현대 대중에게 맞는 코미디, 코미디 연극이 지켜야 할 가치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욱현 대표는 "코미디 연극은 사실 쓰기도 힘들고, 하기도 힘든데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협회장의 임기에 따라 축제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한팩에서 코미디페스티벌만큼은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더불어 한팩 측에 동기부여 위한 명예시상제도, 한팩 코미디 극본 공모, 연극계 전체를 아우르는 코미디페스티벌 개최, 코미디 극작술 교육 등을 주문했다.
 
고선웅 예술감독은 자신의 코미디극 <락희맨쇼>를 작업할 당시 상황을 소개하며 창작자들을 향해 "코미디에 접근하는 데는 굉장히 많은 스킬이 필요하다"면서 "희극적 정서만 고집할 게 아니라 리듬과 형식의 규칙성을 묶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당극을 하는 오세혁 작가는 "코미디는 가장 센 얘기를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며 "웃음의 입장을 갖자"고 제언했다. 아울러 코미디페스티벌의 작품 편수 확대에 대한 바람을 비쳤다.
 
(사진=한국공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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