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쇼크..바닥이 안보인다
생산.투자.소비 10년만에 최악
입력 : 2009-01-22 14:31:00 수정 : 2009-01-22 14:31:00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08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은 우리 경제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내총생산(GDP)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 -5.6%는 환란 이후 찾아볼 수 없었던 수치다. 생산.투자.소비 등 핵심지표들도 거의 10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나타냈다.

이는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한국의 원화.외화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데 이어 실물경기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선진국 경기침체→수출둔화→제조업 감산→고용악화→소득감소→내수부진→경기악화→자산가격 하락 등의 경로로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실물 위기는 다시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들고 실업.빈부갈등.자살.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

 
◇ 경제 환란후 최악

작년 4분기 실제 경제 성적표는 한은을 비롯한 모든 예측 기관들의 전망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한은은 작년 12월 12일 내놓은 `2009년 경제전망'에서 4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1.6%일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에는 분기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러나 실제 집계결과 작년 4분기의 전기비 성장률은 -5.6%나 됐다. 이는 98년 1분기의 -7.8% 이후 최악이다. 98년 1분기 이후에는 분기별로 마이너스를 나타낸 경우가 3차례 있었으나 -1% 보다 나빴던 적은 없었다.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에 대한 한은의 전망치는 0.7%였으나 실제 결과치는 -3.4%였다. 98년 4분기의 -5.6% 이후 최악이다. 지난 10년간 이 기준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던 분기는 없었다.

내수의 핵심에 해당되는 민간소비의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4.8%로 나타났다. 이는 98년 1분기의 -11.6% 이후 최악이다. 물론 한은의 전망치인 -1.3%보다 훨씬 악화된 것이다.

성장 잠재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설비투자의 증가율은 -16.1%로 1998년 1분기의 -17.8% 이후 최악이었다. 그 이후 가장 나빴던 것은 2003년 1분기의 -3.9%였던다는 점에서 작년 4분기에 설비투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전기대비 -4.0%로 그나마 덜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는 건설투자가 이미 바닥권에 도달해 있는데 따른 상대적인 현상이다.

  
◇ 제조업 추락 사상 최악

작년 4분기의 경기악화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이 큰 영향을 줬다.

제조업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작년 4분기에 -12.0%로 3분기의 0.3%에 비해 수직 낙하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제조업의 전기비 성장률이 이렇게 나빴던 적은 없었다.

제조업이 악화된 것은 수출부진에 따른 영향이 크다. 재화수출은 작년 4분기에 11.9%가 줄어들어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최악이었다.

수출부진은 올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들어 20일까지 수출액 잠정치는 124억7천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5억4천만 달러에 비해 28.9% 줄었다. 이에 따라 월간기준 수출은 작년 11월 이후 3개월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고용악화는 내수를 짓누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취업자는 2천324만5천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만2천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취업자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3년 10월 이후 5년 2개월만에 처음이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째 20만명을 밑돌다가 10월에는 9만7천명, 11월에는 7만8천명으로 둔화됐으며 12월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고용악화는 서비스업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작년 4분기에 도소매.음식숙박업은 전분기보다 5.3%가 줄었고 운수.창고.통신은 3.3%, 금융.보험업은 0.3%의 감소율을 각각 나타냈다.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떨어진 것도 소비심리 악화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는 다시 서비스업을 악화시켰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제 전망치를 내놨던 작년 12월 중순에 비해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수출이 줄어들고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부양.사회안전망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침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재정지출 확대, 금리 인하 등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원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며 "정부가 계획한 재정정책을 올 상반기에 빨리 집행해야 하며 현재 2.5%인 기준금리도 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재정이 다른 국가에 비해 건전한 만큼 필요할 경우 지금까지 계획했던 것 이외에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할 준비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산업생산, 고용감소 등을 봤을 때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은 예견됐지만 경기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 합의를 통한 적극적인 거시경제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위기가 사회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큰 만큼 경기 부양책과 함께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우리 경제가 소득감소, 소비침체, 내수 기업 경영악화, 투자침체 등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환위기 때를 보면 실업률이 한때 8.5%까지 오르고 개인파산, 신용불량자 등이 증가하면서 이혼율, 자살률, 범죄율이 크게 증가했다"며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이 동반돼야 경제불안에 따른 사회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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