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노 대통령에게 여야 대치 양보하는 여유 배워"
2006년 4월 사학법 대치 정국서 대통령-여야 원내대표 회동 일화 소개
입력 : 2013-08-13 14:57:37 수정 : 2013-08-13 15:00:58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과거 원내대표 시절 정치권이 극한의 대치 당시 여당에 양보를 권유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민주당에 강경한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의원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2006년 4월, 여야가 사학법 개정 문제로 극한 대치를 이루던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노 전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여당의 양보를 요구했던 일화를 올렸다. 
 
이 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4월29일 이재오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해 "이 대표, 내일 청와대 관저에서 조찬을 할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나는 일단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후 전화를 끊고 같은 당 김기현 의원과 상의한 후 다음날 청와대를 찾았다.
 
이 의원이 청와대에 도착했을 때는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김한길 대표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갑자기 아침을 먹자고 해서 미안하다"며 이 의원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노 전 대통령은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김한길 대표에게 "김 대표님, 이번에는 이 대표 손들어주시죠"라며 "야당 원내대표 하기 힘든데 좀 도와주시죠. 양보 좀 하시죠"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얼굴이 굳어지며 "대통령님, 당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당 분위기는 그게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당 분위기 잘 압니다. 지금 당이 내 말 듣겠습니까. 내 뜻이 그렇다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색을 하며 "저는 당에 가서 보고해야되겠습니다"고 말한 후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김 대표가 떠난 후 노 전 대통령은 이 의원에게 "청와대 구경이나 합시다"라고 말하며 손수 이 의원에게 청와대 구석구석을 소개해줬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의원이 청와대를 떠날 때 "이 대표님, 또 만날 수 있을까요?"라고 야당과 적극적인 소통 의사를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사진제공=노무현재단)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나는 그 날 두 가지를 배웠다. 김한길 여당대표에게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을,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야가 싸울 때는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후 원내대표를 그만둘 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거나 비난하기가 인간적으로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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