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된 이석기
입력 : 2013-09-06 16:02:06 수정 : 2013-09-06 16:05:17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내란 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구속됐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된 이 의원은 구치소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의원은 이미 지난해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진보당의 비례대표 당내 경선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의 수장으로 지목돼 인구에 회자됐다.
 
파문이 일자 사태 파악에 나선 진보당 진상조사위원회는 "총체적 부정·부실" 진단을 내리고 경쟁명부 비례대표 후보자 총사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를 거부하고 완강하게 버텼다.
 
그리고 정치적 수습을 모색하던 와중에 5.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이 의원을 지지하는 당권파 당원들이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단을 폭행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생중계로 전파를 탔다. 국민들은 경악했다.
 
의원직 유지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헌신적' 태도가 통했기 때문일까.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26일 의원총회에서 제명이 부결돼 살아남았다. 그는 "진실이 승리했다"고 외치며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정치적 책임을 내세워 이 의원 제명을 추진했던 이들은 백기를 들고 정의당으로 갈라섰다. 진보세력에 닥친 또 한 번의 분당 비극이었지만 당권파에게는 진보를 구하는 일보다 이석기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부정경선 논란 속에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는 발언을 뱉어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인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이 의원은 1년이 지나 또 한 번 제명 위기에 처했다. 이번엔 초유의 '내란 음모' 혐의다.
 
새누리당은 6일 "헌법 수호 의무를 가진 국회의원이 이런 혐의를 받고 있는 자체만으로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했다"면서 이 의원 제명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키로 했다.
 
더불어 이 의원에 대한 혐의가 국정원의 프락치 공작에 의한 모략과 날조라 변호하고 있는 진보당에 대해서도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과 진보당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부정경선 의혹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내란 관련 혐의가 전해지자 여론의 시선은 그때보다 한층 더 차갑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있는 상황.
 
향후 있을 법리적 공방도 이 의원과 진보당에 쓰여진 종북의 굴레를 얼마큼 벗겨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른바 RO 회합 녹취록에 나타난 이들의 대화가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의원이 지난해 정치력을 발휘하여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당내에서 문제를 수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든다. 존폐의 기로에 몰린 국정원이 이 의원을 정조준해 내란 카드를 꺼낸 것이 국면전환용이 분명해 보이기에 더욱 그렇다.
 
진보당이 처음부터 이번 사건과 대선 개입은 별개라 선을 긋고 냉정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도 애석한 대목이다. 국정원의 대반격은 분단된 현실에서 '신의 한 수'와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대선 개입 정국은 완벽히 묻히게 생겼다.
 
진보당은 지난해 일어난 소동으로부터 조금의 교훈도 얻지 못한 듯하다. 정치적 감각의 부재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부정경선 의혹과 내란 혐의를 '탄압'으로만 받아들이는 진보당에 탈출구가 있을까? 지금으로선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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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