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마지막 음악극, 드디어 국내 무대에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공연 <파르지팔>
입력 : 2013-09-10 14:25:34 수정 : 2013-09-10 14:29:1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 <파르지팔>이 국내 초연으로 오는 10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바그너 필생의 역작으로 꼽히는 <파르지팔>은 지난 2008년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었지만 당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화재로 공연이 취소된 바 있다. 올해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베를린과 뮌헨, 비엔나 등 세계 각지에서 <파르지팔> 상연 일정이 잡혀 있는 가운데 마침내 국립오페라단의 작품으로 올 가을 한국 무대에 오른다.
 
내달 1, 3, 5일 상연되는 이번 공연은 오래 기다린 작품답게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지휘봉은 독일 슈투트가르트국립극장 음악감독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 바그너 공연의 명장 로타 차그로섹이 잡는다. 또 화려한 색채감과 입체적 디자인으로 호평 받는 프랑스의 연출가 겸 디자이너 필립 아흘로가 바그너 특유의 숭고미를 무대에 생생하게 구현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 호평 받는 베이스 연광철을 비롯해 현존하는 최고의 파르지팔로 각광 받는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가 무대에 올라 관객의 눈과 귀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메조소프라노 이본 네프, 바리톤 김동섭과 양준모, 베이스 오재석 등 실력파 오페라 가수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의준 국립오페라단장은 "공연시간이 5시간에 달하고, 출연자 350명이 동원되는 대작"이라며 "국내에서는 단 한번도 공연 되지 않은 대작, 가장 수준 높은 예술로 표출되어야 하는 대작을 올리는 것은 국립오페라단과 한국 오페라계가 오랫동안 고대해온 역사적인 순간이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 단장은 이번 작품에 대해 "최고의 바그너 가수이자 구르네만즈 역을 맡은 연광철 교수를 위시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 오페라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다"면서 "한국 오페라의 현주소와 미래 가능성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파르지팔> 이후 2015년부터 <니벨룽의 반지> 연작을 순차적으로 4년간 공연하며 바그너 작품을 레퍼토리로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바그너 음악의 명장이라 불리는 지휘자 로타 차그로섹도 이날 자리에 함께 했다. 차그로섹은 "<파르지팔>은 중세의 세계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예술과 사회 공동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으며, <트리스탄>처럼 바그너 자신의 삶이 드러나는 등 풍부함을 지니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바그너 연주가 다른 작품이 아닌 <파르지팔>로 시작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바그너 음악만의 매력에 대해서는 차그로섹은 "마법적인 효과로 관객을 잡아 끄는 압도적인 힘"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1972년 초연됐던 윤이상의 오페라 <영혼의 사랑>의 경우 <파르지팔>의 정신적, 영적 세계가 한국적인 영적 세계로 또 다르게 표현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바그너 음악과 우리나라 관객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공연에서 연출가 필립 아흘로는 서양 유명화가의 다양한 그림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성배기사단'이라는 한 공동체의 붕괴를 메타포로 표현할 예정이다. 아흘로는 "거의 몰락해가는 기사단 집단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라며 "19세기 낭만주의 화가인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북극해>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작품의 주요 오브제인 '성배' 이미지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멜랑꼴리아>라는 그림에서, 2막에 등장하는 '꽃처녀'의 의상은 알폰스 무하의 그림 속 아르데코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구현하는 등 무대 위에서 회화적 이미지가 음악과 함께 풍성하게 어우러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바그너 가수로 정평이 나 있는 베이스 연광철은 이미 올해 마드리드, 베를린, 에센, 비엔나, 뮌헨에서 <파르지팔> 공연을 마친 바 있지만 이번 무대는 한국 초연 무대인 만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연광철이 맡은 구르네만즈 역은 성배 기사단 중 제일 나이가 많은, 성배 기사단의 산 역사와도 같은 인물이다. 연광철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성악가의 성량이나 음색을 중시하는데 사실 바그너 음악극을 하면서 내가 성악적으로 가장 중점 두고 있는 것은 가사 전달"이라며 "바그너의 인물 중 유일하게 모티프 음악이 없는 게 구르네만즈다. 나이 많은 기사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에게 우리가 처한 상황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설명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면서 노래한다"고 말했다. 연광철은 이번 서울 공연 이후 시카고에서 한 차례 더 공연을 할 예정이다.
 
주인공 파르지팔 역의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는 "<파르지팔>은 하루 저녁에 걸친 한 인물의 변화과정을 보여준다"면서 "여러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감정적,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며 자신의 힘을 갖고 있고, 자기가 속한 사회를 통합해나가는 모습이 파르지팔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그너 200주년을 맞아 한국 초연 <파르지팔> 무대에 서게 돼 기쁘고 기대된다"면서 "극적인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인물 중 유일한 홍일점인 이본 네프는 자신이 맡은 쿤드리 역에 대해 "작품에서 거울이 나오는데 파르지팔에게 영혼의 거울 같은 존재가 쿤드리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바그너 작품에서는 쿤드리를 지옥의 장미, 팜므파탈로 묘사하지만 쿤드리가 이 두 세계 모두 포함하는 인물"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메조소프라노로서 2막 중 유혹과 절망을 넘나드는 쿤드리의 노래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올 가을 국내 오페라계 최대 화제작인 <파르지팔>은 이례적으로 이른 시간에 공연을 시작한다. 4시부터 9시까지 인터미션을 포함해 5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1시간 45분 동안 1막을 진행한 후 인터미션 겸 식사 시간이 1시간 주어진다. 이후 2막을 1시간 공연하고 다시 인터미션 겸 무대 전환시간 20분을 보낸 뒤 1시간짜리 3막 공연이 이어진다. 주최측은 예술의전당과 협력해 식사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배역 외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CBS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출연하며 티켓 가격은 R석 15만원, S석 12만원, A석 8만원, B석 5만원, C석 3만원, D석 1만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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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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