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에게 "애 지워라" 낙태 교사한 의사 벌금 2백만원
입력 : 2013-09-22 09:00:00 수정 : 2013-09-22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임신한 여자친구에게 낙태를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한모씨(31)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여자친구에게 직접 낙태를 권유할 당시 뿐만 아니라 출산 여부는 알아서 하라고 통보한 이후에도 계속 낙태를 교사했고, 여자친구는 이로 인해 낙태를 결의?실행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여자친구가 당초 아이를 낳을 것처럼 말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의 낙태 교사행위와 여자친구의 낙태 결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이 이와 같은 이유로 낙태시술 당시 태아의 사망이 임박해 산모의 건강을 위해 불가피하게 낙태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씨는 2010년 5월 결혼을 전제로 사귀어 오던 여자친구 신모씨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자 수차례에 걸쳐 “전문의 과정을 더 밟아야 되고 아빠가 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결혼 후에 아이를 낳자”며 신씨에게 낙태를 종용했다.
 
신씨는 낙태를 계속 거부했지만 한씨는 “아직 임신 주수가 얼마 되지 않아 흡입을 하기 때문에 산모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며 낙태를 종용하는 한편 “아이를 지우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결국 신씨가 낙태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신씨가 ‘절박유산’ 상태로 유산 가능성이 컸고 출혈, 혈종 증상과 함께 임신낭이 일그러져 태아나 신씨 모두 건강이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당시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정상적인 임신지속상태가 가능했던 점, 태아가 비교적 정상적인 상태였던 점 등에 비춰보면 낙태죄의 성립과 그에 대한 교사범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며 유죄를 인정,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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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