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엎친 증권사..소송 리스크에 '몸살'
입력 : 2013-10-07 16:42:54 수정 : 2013-10-07 16:46:41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각종 송사에 휘말려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임매매나 수익보장 상품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투자자들의 소송 제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
 
특히, 개인투자자의 집단소송은 해당 증권사의 입장에선 입지를 흔들게 만드는 '시한폭탄'과도 같아 증권사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 상대 소송 381건..전년比 13.4%↑
 
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지난 3월 현재 381건, 소송 금액은 1조1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336건)대비 13.4% 증가한 수준이며, 금액은 1조878억원보다 4% 가량 늘어난 것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최근 동양그룹 사태의 핵심 금융 계열사인 동양증권(003470)은 동양그룹 관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동양증권을 상대로 소비자 대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금소원은 지난달 25일부터 상시접수를 통해 동양증권 CP, 회사채 불완전판매 피해사례를 접수받고 있으며, 지난 2일 기준 투자자들의 피해사례가 1만3000건 가량 접수됐다.
 
금융감독원 역시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확대 운영하는 상태다.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가 확인되는 건에 대해선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 소비자의 피해가 최대한 신속히 구제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동부증권(016610) 역시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지난 2011년 1월 씨모텍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 등 186명이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해 지난달 27일 법원이 허가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씨모텍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86억8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유상증자 후 지난 3월 씨모텍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판정을 받아 거래가 정지됐고, 이후 최대주주 나무이쿼티의 횡령·배임혐의와 자본잠식 등으로 같은 해 9월에 상장폐지됐다.
 
이재철씨를 대표 당사자로 하는 원고는 씨모텍의 유상증자 당시 동부증권이 나무이쿼티의 재무구조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를 허위로 기재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지난 4일 중국고섬이 상장폐지되지면서 소액주주 550명은 주관업무를 담당한 한화투자증권(003530)과 KDB대우증권(006800)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고섬은 증권신고서를 거짓으로 기재했고, 두 증권사 역시 이를 확인해야 하지만,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혐의다.
 
◇증시침체로 증권사 '먹거리 부족'..'법조계의 소송 부추김'도 한 몫
 
이처럼 증권사들이 각종 소송에 골치를 겪고 있는 데에는 국내 증권시장 침체로 증권사의 먹거리가 부족한 점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사 자체적인 수익원이 부족하다보니 과거에 비해 공격적인 판촉과 판매가 이뤄져 불안전판매나 증권사의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한 증권사 법률 담당자는 "증시 침체로 현재 증권사의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 공격적인 상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불안전판매나 채권과 상장 등에 따른 실사를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실사가 제대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수수료 문제로 무리하게 투자은행(IB)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부분이 터지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으나, LIG 기업어음 등 워낙 큰 건들이 터지다 보니 연쇄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져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상황에서 수임거리 감소에 따른 법조계의 소송 부추김 움직임도 증권사의 소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증권사 법률 담당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수준과 정보 취득 능력이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아졌다"며 "특히, 변호사들의 수임거리가 줄다보니 과거에는 돈이 안 되거나 소송 거리가 아니었던 것들도 소송으로 이어지는 점도 증권사들이 집단 소송에 걸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집단소송에 증권사 신뢰 '흔들'..IB관련 소송은 영향 '미미'
 
증권업계는 증권사를 상대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은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입을 모은다.
 
집단소송 요건이 복잡하고, 판례도 승소한 경우가 거의 없지만, 해당 증권사의 피해 규모는 물론 금융회사의 핵심인 '신뢰'가 무너져 증권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동양그룹의 사태의 경우 내부적으로는 LIG그룹의 기업어음 사태가 터졌던 우리투자증권(005940)처럼 과실의 일부만 배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당시와는 피해규모와 인원의 차이가 커 피해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동양그룹 사태는 피해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동양증권이 증권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집단소송은 승소했을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도 모두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이지만, 소송 요건이 복잡하고 판례도 승소가 거의 없다"면서도 "시한폭탄과 같은 집단소송은 해당 증권사의 신뢰를 실추시켜 입지를 크게 흔들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규상장이나 채권발행 등 IB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에는 소송에 따른 악영향이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창구로서 여전히 증권사 IB와 상생의 관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데다, 기관투자자 역시 투자수익을 위해 채권과 기업공개(IPO) 등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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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