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EU정상회의..부실은행 구제 '안전판' 마련되나
입력 : 2013-10-24 15:57:05 수정 : 2013-10-24 17:46:00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브뤼셀에 모여 24일(현지시간)부터 양일간 유럽 부실은행들에 대한 지원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역내 대형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기로 한 상황이라 관련 논의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은행을 누가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실은행 지원책을 놓고 극심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은행단일감독기구(SSM)가 EU 재무장관들의 승인을 받으면서 '은행연합(Banking Union)' 구축을 위한 첫 번째 단추가 채워졌으나, 두 번째 관문인 단일정리체제(SRM)에 관한 논의를 앞두고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U 정상들, 부실은행 지원 방안 구체화 할 것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이번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부실 은행 지원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각 은행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단행될 예정인 스트레스 테스트로 부실 은행이 발견되면 어떠한 기준과 방식으로 지원해야 할지 정하기 위함이다. 
 
이날 ECB는 오는 11월부터 약 1년간 유로존 은행 자산의 85%를 차지하는 130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11월 ECB가 유럽 대형은행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감독권을 갖기 전에 각 은행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ECB는 이번 테스트를 통해 유럽 금융권이 믿을만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계획이다.
 
드라기 ECB총재는 "이번 건전성 테스트 이후 민간자금이 유로존 은행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스트레스 테스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테스트가 2010년의 복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지난 2009년 남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은 2010년 들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유럽 당국자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금융권의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자고 했지만, 조사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은행은 오히려 신뢰를 상실했다.
 
조사 결과, 은행 91곳 중 7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양호한 결과를 도출했지만, 유럽 은행들이 불리한 내용을 줄이거나 뺀 채로 자료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갔기 때문이다.
 
때문에 EU 정상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회의에서 부실은행에 대한 지원책을 구체화하고 각국 재무장관들에게 계획안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은행 자금지원책 놓고 獨·EC·ECB 의견 '대립'
 
그러나 자금지원책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일은 부실은행이 있는 국가의 예산안과 사회복지지출을 유럽연합이 강하게 규제하는 것이 전제 돼야 공동구제기금 설립을 용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이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강력한 긴축을 감내해야 하듯, 부실은행 문제에도 해당 국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회원국의 예산을 규제하려면 EU 설립 조약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는 프랑스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다.
 
개별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기금 마련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비유로존 국가들의 은행 구제를 위해 500억유로의 새로운 구제기금을 창설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영국과 독일이 기금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가 빈약하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ECB는 각국이 부실 은행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부실 은행의 주주와 채권자가 먼저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국가 재정이 투입 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각국 재무장관들은 공동기금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며 경고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원책에 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앞으로도 관련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에브라힘 라바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구제기금 방안) 결론이 나오려면 일 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자금 지원방안 마련 '촉구'
 
전문가들은 ECB 통합 감독 체계가 승인된 마당에 EU차원의 자금 지원방안 또한 조속히 도출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5일 EU 재무장관들은 ECB에 통일적인 감독권을 부여하는 은행단일감독기구(SSM)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U 합의에 이어 유럽의회가 이를 승인하면서 유로존 은행은 각국 중앙은행이 아니라 ECB의 감독을 받고 ECB는 내년 11월 부터 이들 은행에 대한 영업허가 취소권, 조사권, 제재 부여 권한 등 강력한 감독권을 지니게 된다.
 
은행단일감독기구(SSM)-단일정리체제(SRM)-단일예금보장체제 등 세 단계로 진행되는 은행연합 구축에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이다.
 
ECB에 통합 감독권을 부여하는 합의는 지난해 12월에 이루어졌으나,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최종 승인이 미뤄져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실은행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니콜라스 스피로 스피로소버린스트레티지 이사는 "감독기구는 마련했으나, 자금 지원 방안이 나오지 못한다면 일의 앞뒤 순서가 바뀐 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이후 2009년 당시 미국은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은행 건전성 강화 작업을 단행하기 전부터 7000억달러의 은행 지원금을 미리 예비해 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9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한 미국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부실은행 문제를 일단락 지은 선례가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EU 당국자들이 부실은행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은행단일감독기구(SSM)를 출범시키려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 회의에서는 은행 자금 지원책 외에도 아프리카·중동 출신 이민자 문제, 디지털 경제와 일자리 창출 방안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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