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곽정환 PD가 밝힌 '빠스껫볼'의 도전
입력 : 2013-10-24 15:38:35 수정 : 2013-10-24 15:42:07
◇곽정환 PD (사진제공=tv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KBS에서 CJ E&M으로 이적한지 약 3년 만에 tvN 새 월화드라마 '빠스껫볼'을 들고 왔다. 화려한 영상미와 디테일한 고증, 독특한 소재, 빠른 전개는 여전했다. 곽정환 PD 이야기다.
 
약 2년간의 제작기간 동안 철저히 준비된 '빠스껫볼'에는 다른 작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이 넘친다. 당시를 살고 있는 듯한 생생한 고증, 배우 조희봉의 다수 캐릭터 수행, CG의 엄청난 활용 등이 그렇다.
 
시대의 재현.. 화려한 고증
 
KBS2 '한성별곡-正'이나 '추노' 등에서 곽정환 PD는 뛰어난 고증을 선보였다. 노비를 쫓는 자에 대한 설정, 노비 얼굴에 쓰인 낙인, 대사 표현, 당시를 상징하는 소품 등으로 작품의 풍성함을 넓혔다.
 
이번 '빠스껫볼'도 마찬가지다. 당시에 유행했던 노래, 1930년대 경성의 번화가, 지금의 형태와 다른 느낌의 농구 등 꼽을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작품 속에서 고증을 신경 쓴 부분이 눈에 띄는데, 정작 곽 PD는 "난 고증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곽정환 PD는 "사실 나는 고증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시절의 감정, 인물간의 관계를 더욱 신경쓰고 연구하고, 디테일을 살리려다보니 고증이 더욱 살아난 것"이라고 밝혔다.
 
농구도 예전에는 룰이 많이 달랐다. 원핸드 슛도 없었고, 드리블도 수준이 높지 않았으며, 점프도 많이 뛰지 않았다. 30초룰도 현대에 와서 생긴 부분이라 과거에는 패스만 이어지는 지루한 스포츠였다.
 
곽 PD는 "농구라는 스포츠가 예전에는 세련되지 못했다. 그래서 오지호가 일명 바가지 슛을 쏘고 반칙도 심한 격투농구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상상이 가미가 됐지만, 기본은 사실의 틀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덕분일까. 주인공 강산(도지한 분)이 나쁜 길로 빠져느는 과정과 격투 농구가 결합되면서 신선함과 함께 몰입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사진제공=tvN)
 
수백억의 제작비를 아낀 CG
 
놀라운 고증은 CG를 통해 제대로 구현됐다. 총독부 앞과 혼마치, 움막촌 등이 완벽히 재현됐다. 
 
곽 PD는 "당시 시대를 정확히 묘사하려면 실제 세트장을 지어야하는데, 그러면 수백억이 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CG를 사용하고자 했고 1년 동안 연구해서 그 기술을 축적했다. 1화에만 367컷의 CG가 사용됐다. 영화 한 편보다도 많은 분량"이라고 말했다.
 
혼마치 배경의 경우 1층은 세트를 만들었지만, 2층부터는 CG였고, 총독부 앞 장면의 경우 철문만 만들었다고 한다. 나머지 배경은 오로지 CG였다.
 
"CG는 잘하면 약이지만 못하면 독으로 돌아온다"고 말한 곽 PD는 "현재까지 반응을 보면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희봉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조희봉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도지한도 아니고, 이엘리야도 아니고, 박예은도 아니다. 여기저기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조희봉이다. 1화에서만 3가지 역할로 등장했다.
 
앞으로 일본인 선생이 되기도 하고 경비원이 되기도 하고, 조선의 고위 관직자로 등장하며, 농구 중계 캐스터가 되기도 한다. 신출귀몰하게 출연하는 조희봉을 통해 곽 PD는 기네스북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곽 PD는 "조희봉을 통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시대극이라 등장인물이 많아진다. 비싼 배우들을 쓰기에는 제작비가 부족하고, 단역 배우들을 쓰자니 드라마의 질이 떨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조희봉의 다양한 활용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명품조연 조희봉이 다양한 역할을 해주면 극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조희봉이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곽 PD는 "자칫 잘못하면 몰입을 방해하면서 장난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희봉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고, 이 정도면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희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에는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 것 뿐 아니라 코미디도 있었다.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무겁다보니 코믹적인 요소가 부족한데 조희봉의 활용으로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고자 했다.
 
곽 PD는 "아마 20~30 역할을 할 것 같다. 현재까지 영화에서 24개의 역할을 해본 연기자가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드라마는 아직 기록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기네스북에 신청할 생각"이라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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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상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