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사건' 재판장의 부적절 처신..법조계 질타
은택 부장판사 "나꼼수 판결로 참여재판 불신 불거져" 발언
변호사들 "다른 재판 관여해 사법부 독립 스스로 훼손" 격앙
판사들 "재판중인 사항 외부에 밝힌 것 신중하지 못한 처사"
입력 : 2013-10-30 15:52:16 수정 : 2013-10-30 15:55:55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안도현 시인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단의 평결에 유보적 입장을 언론에 밝힌 은택 전주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6기) 발언을 두고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면서 다른 재판부가 선고한 '나꼼수' 참여재판 무죄선고를 거론한 것은 법관으로서는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은 판사에 대해 변호사 등 재야 법조계에서는 물론 법원 내부에서도 "판사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변호사들 가운데에서는 "판사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발언"이라며 격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 관련 국민 참여재판을 다수 진행한 한 중견 변호사는 "주진우 기자의 사건을 담당하지도 않은 판사가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가"라며 "판사가 다른 재판에 관여해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한 사건일 경우 재판부가 이를 배제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재판부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배제한 사건도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배당된 이상 재판을 이의 없이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고 전 스스로 재판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말이다.
 
대한변협 임원인 한 변호사도 변호사로서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하면서 "배심원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드러낸 사례"라면서도 "은 부장판사의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은 부장판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다른 재판부가 판결한 주진우 기자의 재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같은 법관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며 "은 부장이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의 한 중견 판사도 “재판부가 선고 전에 심증을 밝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은 법정 안에서 국한된 것"이라며 "외부로 공개될 것임을 알면서 심증을 밝힌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은 판사의 이번 발언은 나중에 '안 시인' 재판 선고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권내에서 근무 중인 한 부장판사도 "배심원의 평결을 재판부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법규정은 없지만 배심원 평결에 대해 선고기일을 미루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외부적으로 표출한 것은 분명 문제"라며 "차후 지정된 배심원을이 과연 의욕적으로 재판에 임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런 것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이 재판중인 사항을 다른 법관이 한 재판 결과를 언급하면서 외부에 밝힌 것은 법관으로서 기초적인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은 부장판사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발언에 대해)가타부타 할 말이 없다. 말을 안 했어야 한다"며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선고가 남았고 판결로 얘기하겠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앞서 은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고 있는 전주지법 형사합의2부는 지난 28일 안 시인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 전원의 의견으로 무죄 평결했지만 선고를 다음달 7일로 연기했다.
 
은 부장 판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죄 판결한) 나꼼수 재판을 두고 국민참여재판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로 인해 국민참여재판 불신론이 불거지는 상황이어서 고심했다"고 선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판결의 선고는 변론을 종결한 기일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따로 선고기일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의 참여재판의 예를 보면 배심원단이 뜻을 모아 결론을 낸 경우라면 별도 선고기일 지정 없이 당일 선고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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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