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금감원 ‘한은법 개정’ 반대 움직임
입력 : 2009-02-10 06:54:28 수정 : 2009-02-10 06:54:28
한국은행법 개정 문제를 놓고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던 기획재정부가 반대의견을 개진하면서 금융감독원 등 이해 당사자 간 물밑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입법기능이 없는 한은을 대신해 한은법을 개정할 수 있는 재정부가 그동안 별다른 입장표명을 해 오지 않다 한은의 역할 강화론에 대한 부작용을 들고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일 재정부와 한은은 물가안정에 국한된 현재 한은의 설립목적에 금융시장 안정 등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과 관련 실무접촉을 가졌다. 재정부 실무책임자가 한은에 한은법 개정과 관련된 광범위한 의견을 묻는 형태였다.

재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야당이 한은법과 관련해 7개의 개정안을 발의하고 여당인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1개의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지만 정부안을 내지 않았고 공식적인 입장표명도 자제해 왔다.

재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한은법 개정을 통해 한은의 역할을 물가안정에서 금융시장 안정으로까지 확산해야 한다는 ‘역할강화론’이 불거진데다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입법안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법 개정에 대한 재정부의 의견은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한은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에 “한은의 금융시장 안정 및 감시기능을 보다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 시점에서 한은법을 개정할 경우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한은법 개정과 관련 정부안을 요구하는 데다 ‘2기 경제팀’ 출범에 앞서 내부적으로 입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한은법 개정과 관련해서 이견은 있지만 한목소리를 내면서 금융감독의 또다른 축인 금융감독원 등은 간접적으로 ‘입법저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주요 선진국의 금융시장 기능강화 논의’라는 조사연구실 명의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세계 주요국에서 중앙은행이 금융기관 조사권을 갖는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입법저지용(?) 결론’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5개국 중앙은행 중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권한(감독권) 등이 없는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내보내려다 일단 중지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법 개정은 경제부처의 역할 재조정 등과도 연계돼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할 수도 있어 국회가 입법에 나서더라도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물가안정에다 금융시장 안정을 추가하는 것에 한은법 개정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민주당은 한은의 금융기관 감독권을 부분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자료요구권을 부여하고 한은 총재의 임기를 6년으로 보장하되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한다는 입장이어서 개정 방향은 다소 다르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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