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이상 살아남은 건설사 단 9곳..'자만심'이 좌우
상위 30위권 건설사 70% 사라져..'안정지향적' 경영이 최우선 돼야
입력 : 2013-11-04 17:40:41 수정 : 2013-11-04 17:44:33
◇50년 전 30대 건설업체의 경영권 변동 실태.(자료제공=한국건설산업연구원)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경남기업(000800)의 2번째 워크아웃 신청으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성과로부터 오는 '자만심'이 건설사의 최대 경영 실패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시대별 건설기업의 경영실패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62년 당시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30위권 건설사 중에 현재(2012년 기준)까지 살아남은 곳은 현대건설(000720), 대림산업(000210), 경남기업(000800), 풍림산업, 삼환기업(000360), 극동건설, 동아건설산업, 신성건설 등 9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0년간 30대 건설업체의 70%에 해당하는 21개 건설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셈이다.
 
살아남은 건설사도 사정은 녹록치 않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 경영권 변동을 겪지 않은 건설사는 대림산업과 삼부토건(2011년 4월 법정관리 신청 후 6월에 철회) 단 2곳에 불과했다.
 
또 2012년 기준으로 시평액 30위권을 유지한 건설사는 현대건설(1위)과 대림산업(6위), 경남기업(14위), 풍림산업(29위) 등 4곳이었지만, 최근 법정관리를 졸업한 풍림산업이 올해 시평액 순위 33위를 기록하며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최근 2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한 경남기업도 1962년 당시 시평액 순위 5위를 차지했으나, 2009년 첫 워크아웃을 개시하고 2011년 2년 만에 조기 졸업, 지난달 29일 재입학했다.
 
건산연은 50년 이상 생존한 건설사의 공통점은 안정 지향적 경영인 반면, 나머지 건설사들의 실패 요인은 과거 성과에 대한 자만심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유일하게 경영권 변동을 겪지 않은 대림산업은 1939년 설립 이후 줄곧 정치권 등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대신, 실무적·기술적으로 접근하는 보수적 업체로서 지속적으로 5위권을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2011년 4월 뒤늦은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2개월 후 바로 철회한 삼부토건도 건설업 면허 1호 업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다 공공토목 공사에만 주력한 보수적 업체라는 데에는 성향이 같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상위 30위권에 포진했던 건설사 중 사라진 21곳의 공통점은 미래상황에 대한 판단 착오를 포함한 경영자 실책과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대표되는 부적절한 전략, 경제위기 등의 불운이 맞물린 결과라고 건산연은 분석했다.
 
권오현 연구위원은 "과거의 훌륭한 성과로부터 오는 자만심 또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는 실패를 가져오는 최대 요인이라는 점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성공 신화에 대한 집착과 경쟁 기업에 대한 강한 라이벌 의식은 과도한 사업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고 무리한 외형 확대를 경계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경영자의 위기대응 역할이 가장 중요하며 그 핵심은 거시적 경기변동 등 외부변화에 대한 주의와 통찰력"이라며 "지속적 외형 확대를 성공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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