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라이선스 남발하더니 이제와 강제 구조조정?"
입력 : 2013-11-22 17:00:53 수정 : 2013-11-22 17:04:28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금융당국이 경영부실 증권사에 대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당국이 전문화되고 특화된 증권사들에게 신규 증권업 허가를 내주면서 진입장벽을 낮추더니, 불황 속에서도 업계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지연되자 이제와서 인위적으로 퇴출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금융투자협회 60년 기념행사에서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반대로 경영이 부실한 증권회사는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현재 60여개의 증권사 가운데 경영 부실 증권사를 솎아내 인위적으로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증권사들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시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신 경영부실 증권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중소형 증권사들의 콜차입 참여를 제한하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이같은 구조조정 대책이 시행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된 일부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락가락하는 금융정책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무분별하게 증권업 진입 문턱을 낮춰놓고 업황이 어려워지자 뒤늦게 극약처방을 하려는 것"이라며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전문화와 특화만 강조하다가 결국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08년 전문화 특화를 갖춘 증권사에 한해 신규 증권업 허가를 승인하며 시장 진입장벽을 낮췄다. 진입 규제를 완화해 다수의 금융투자회사가 설립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특화된 중소형 증권사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이후 토러스증권, LIG증권,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 한맥투자증권 등 총 11개사가 신규 증권업 허가를 받았다.
 
늘어난 증권사들은 한정된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가 생겼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시장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증권업 수익성이 훼손되는 힘든 시기가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2008년 이후 라이선스를 취득한 증권사들은 협소한 시장 규모, 제도적 인센티브 부재 등 현실적 제약이 많아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력이 없는 증권사들을 강제적으로 시장에서 끌어내는 것보다는 오히려 국가경제에서 자본시장 기능을 재정립하고, 시장의 기능을 최대한 보장한 NCR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율경쟁을 통한 구조 개편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제적인 구조조정이라도 해서 증권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주식시장 침체기를 겪으면서 시장경쟁력을 상실한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력을 상실한 증권사들이 시장에 진입해 있으면 서서히 시장 전체가 망가질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당국에서 강제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시장경쟁력을 되살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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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