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영건 인터뷰)①투수 노성호 "다음 시즌 혼신을 다해 던질 것"
입력 : 2013-11-28 17:17:44 수정 : 2013-11-29 08:49:02
유례가 없을 정도로 치열한 순위다툼이 전개된 2013년도 프로야구. 시즌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진 데에는 막내 NC의 예상밖 선전도 한몫 했다. 당초 8개구단 순위경쟁에 혼선을 일으킬 만큼 나쁜 성적만 나오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NC는 한화와 KIA에 앞서는 7위로 시즌을 종결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올시즌 신인왕을 수상한 이재학, '팀의 창단 첫 지명 선수' 노성호를 비롯해 8개의 다른 팀과 달리 국내에서 마무리훈련을 진행하는 NC의 젊은 선수 4명을 만났다.[편집자주]
 
[창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약속은 그걸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함부로 말을 뱉지 않는다. 다음 시즌에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던질 것이다,"
 
노성호(24)는 지난 2011년 실시된 2012 신인드래프트 당시 NC의 우선지명으로 선발돼 팀 창단 역사에 확실하게 이름을 올린 선수다. 가장 먼저 선발된 덕택에 노성호는 이후로 많은 국내 야구 팬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그렇지만 올해 노성호의 성적은 '2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7.29'로 기대에 못미친다. 특히 1군 선발 투수로 처음 마운드에 오른 4월5일 삼성과의 대구 원정 경기 당시 노성호는 '1이닝 4피안타 4볼넷 5실점(5자책)'으로 무너지면서 1군의 쓴맛을 봐야 했다.
 
노성호도 올해 성적이 나빴다는 사실을 겸허한 자세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 파악과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을 아끼지 않았고, 부활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노성호 자신이 돌아본 올해 모습은 어떨까.
 
다음은 일문일답.
 
◇데뷔전 충격을 딛고 일어서기까지 
 
-올해 '2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7.29'의 성적을 거뒀다. 빼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시즌을 모두 마치며 드는 소감은.
 
▲아쉬운 것도 많지만 배운다는 생각으로 지냈던 해다. 정말로 많이 배웠다.
 
-4월5일 경기에서 무척 얻어맞았고 결국 2군에 갔다.
 
 
▲시범경기때만 해도 무작정 세게 던졌다. 그리고 크게 문제 없었다. 그런데 1군 데뷔를 하는 경기에서 마구 얻어맞았고,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 마운드를 내려오며 어딘가 멍한 기분이 들곤 했다. 2군행 통보를 받게 되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나는 2군으로 가란 말에 기분이 좋았다. 아픈 마음을 추스르며 부족한 것을 채울 시간이 되리라 봤기 때문이다. 힘을 빼고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고, 그래도 올해 이만큼 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왜 그렇게 데뷔전을 부진하게 치렀다고 생각하나.
 
▲조급했고 타자를 상대로 계속 끌려가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불펜이 1구 1구 온힘을 쥐어짜며 공 하나하나 던지는 역할인 것에 비해, 선발은 경기 완급 조절을 하며 전반적인 게임 운영을 해야 한다. 항로를 짜는 역할인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조급하며 경기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경험 부족 이전에 내가 더욱 잘 했어야 하는데 스스로 부족했던 점이 많았다.
 
-NC에 온지도 두 시즌이 훌쩍 지났다. 어떤가.
 
▲솔직히 처음에는 신생팀이다보니 대학교의 대표팀 느낌이었다.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이호준, 손민한, 모창민 등의 선배가 팀으로 오며 서서히 '프로에 왔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경험이 많은 선배들에게서 폭넓게 배운다. 팀도 나도 함께 성장하는 상황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팀의 첫 지명 선수다. 느낌이 각별하지 않을까 싶다.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더불어 구단에게 정말 감사했다. 그렇지만 데뷔전 이후 부진이 이어지며 부담감도 생겨났다. 사인회에도 가지 않으려 했다. 얼굴에 인상을 쓰고 나온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내가 잘 하지 못하니 스스로 부끄러워 나가기 싫었다. 지금 잘 하는 것도 아닌데 팀의 상징적 위치에 있기에 챙겨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노성호. (사진제공=NC다이노스)
 
◇"새로운 변화구 장착했다"
 
- 이제 마무리훈련도 모두 끝났다. 마무리훈련을 통해 보완하려했던 점은.
 
▲힘을 빼고 밸런스 위주로 던지려 했다. 훈련 내내 코치님도 그런 점을 중점적으로 가르치셨다. 기존에는 없던 변화구 구종도 하나 장착하려 했다.
 
- 어떤 변화구 구종을 익히려 했나.
 
▲아직까지 비밀이다. 내년 시즌에 멋진 모습으로 보이겠다. (웃음)
 
- 내년 NC의 선발진은 찰리와 에릭을 비롯한 외국인 투수 세 명과 이재학 정도가 유력한 상황이다. 5선발 체제에서 결국 한 자리를 두고 많은 투수가 경쟁할 것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일단 아까 말한 대로 마무리 훈련을 충실히 하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 스프링캠프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해 말일 것이다. "내년(2013년)은 배우는 해이고, 다음 해부터는 정말 싸우겠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올해 실수를 거울삼아 내년에는 나아진 모습 선보일 것이다. 정말 기대해도 좋다. 
 
- 12월은 비활동기간이다. 개인 계획이 있을 것 같다.
 
▲일단 재활군에 속해 훈련하기로 예정돼 있다. 훈련 일정을 마치면 본가가 있는 인천에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운동할 것이다.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신세를 여러모로 지게 될 것 같다. 상체보다 하체 위주로 웨이팅을 하려고 하고, 체지방을 줄이면서 악력을 키울 것이다.
 
◇"낯선 곳이지만 좋은 선배 때문에 적응"
 
- 인천고-화순고-동국대-NC의 여정을 거쳤다. 화순고와 동국대 시절에는 무척 잘 했다.
 
▲맞다. (화순고로) 전학갔을 때부터 이번 시즌 시작 전까지 괜찮았다. 동국대 시절 1학년부터 부상 때문에 6개월을 쉬면서 힘들었지만 이후로 나쁘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 욕심이 많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것 같다. 대신 승부욕은 있어야 하고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 스프링캠프 멤버에 포함되면 열심히 훈련할 것이다. 정말 있는 힘 다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그러고 보니 영남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인천에서 살았고 화순고로 전학갔으며 어머니가 충청도 분이시라 충청도에도 자주 갔다. 영남 생활은 해운대로 훈련갔던 시절을 빼곤 NC에 입단한 것이 처음이다. 화순고를 다니며 전라도 사투리를 상당히 자연스레 배웠다. 여기(창원) 와서도 사투리를 한번 배워보려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들 어눌하다 말한다. 영남사람들이 서울말 쓰려 노력할 때 어딘가 살짝 어색한, 그런 느낌이라고 한다. (웃음) 낯선 곳인 것은 맞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야구만 잘 한다면 정말 좋은 동네란 것이다. 
 
- 친한 선수들이 누구누구 있나.
 
▲아무래도 내가 투수이다 보니 투수들과 친하다. 이재학, 이민호, 손정욱, 윤강민, 임정호 등. 사람들이 모두 좋아 두루두루 재밌게 지낸다. (웃음)
 
- 넥센으로 떠난 송신영 선수와 매우 가까웠단 내용은 그동안 기사로 익히 나왔다. 지금도 종종 연락하나. 혹시 무슨 이야기를 하나.
 
▲아무래도 몸이 멀어지다 보니 예전만큼 빈번히 연락하기는 어렵다. (송신영)선배도 새로운 팀에서 후배들에게 조언하면서 선수로 활약을 펼쳐야 하기에 NC에 있을 때처럼 수시로 연락하는 것도 미안하다. 가끔 넥센 선수들에게 질투날 때도 있다. (웃음) 그래도 시즌 끝나도 마산에 와서 식사도 했다. 정말 좋은 선배다.
 
- 젊은 선수이다보니 고참 선배들에게 다양한 것을 배웠을 것 같다.
 
▲송신영 선배에게는 공을 던지는 기술을 많이 배웠다. 올해 NC에 오신 손민한 선배에게는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마음가짐과 다양한 요령 등을 배웠다. 역시 베테랑 투수다운 노하우가 많았고 정말 감사히 배웠다. 최근 NC로 합류한 박명환 선배에게는 웨이팅 등으로 좋은 얘기를 많이 듣는다. 팀 분위기가 가족같아 선배들도 이 분위기에 맞춰 후배들을 알뜰살뜰히 챙겨주신다.
 
◇NC의 좌완 투수 노성호는 일부 팬들의 '인상파'라는 오해와 달리 순박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재미있는 선수다. 다음 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통해 그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자주 드러나길 기대한다. (사진=이준혁 기자)
 
◇"다음 시즌에는 기대에 부응하겠다"
 
- 다시 태어나도 야구 선수를 할 것 같은가.
 
▲시합만 한다면 야구 선수가 좋다. 더 일찍 시작할 것 같다. (웃음) 인생을 다시 살아간다면 어떤 인생을 살지는 모른다. 그래도 야구 선수를 하지 않을까.
 
- 다른 운동 종목에 대한 취미나 재능은 있는 것 같나.
 
▲몸을 움직이며 하는 것이 재미있긴 한데 야구만큼 재능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야구가 가장 맞기에 야구 선수를 하지 않을까. (웃음) 당구는 100 찍고, 탁구는 재밌긴 한데 못 하고, 격투기는 한번 배워보고는 싶다.
 
- 타자로서의 재능도 보이다 투수를 택했다. 비슷한 경우였던 나성범 선수는 타자로 전향했다. 투수를 택한 것에 후회는 없나.
 
▲미련은 없다. 그런데 가끔 쳐보고 싶긴 하다. 재밌으니 가끔 연습할 때 치기도 한다.
 
- 쳤을 때 결과는 어땠나.
 
▲제대로 해보려 하니 장타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발이 100m에 11초 정도로 뛰니 아주 느리지는 않은데 왼손잡이라 타자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한다. 투수가 맞는 것 같다.
 
- 독자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부탁한다.
 
▲기대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욕도 많이 먹었는데 충분히 욕먹을만 했다. 만감이 교차했던 지난 시즌이다. 다음 시즌에는 정말 팬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하겠다. 약속은 그걸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함부러 말을 뱉지 않는다. 다음 시즌에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던질 것이다. 정말로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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