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STX에너지 재매각..'먹튀' 논란
입력 : 2013-12-12 08:00:00 수정 : 2013-12-13 13:12:2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에너지 최대주주인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STX에너지에 지분을 투자한 이후 1년 사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프리미엄을 붙여 재매각을 추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백기사에서 흑기사로 얼굴을 바꾸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여 재매각 시 폭리를 취한 론스타의 재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역으로 국부가 유출되는 취약한 우리 산업구조에 대한 자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오릭스가 STX에너지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STX에너지에 '재무적 투자자'를 자처하며 36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오릭스는 STX에너지 지분 43.1%와 교환사채(EB) 등을 가져갔다.
 
이후 STX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면서 채권단의 구조조정 압박이 심해지자 지난 4월23일 교환사채 전환권 행사를 통해 지분 6.95%를 추가하며 지분율을 50.1%로 끌어올리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재무적 투자자인 백기사에서 경영권을 위협하는 흑기사로 본연의 얼굴을 드러낸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STX그룹 측과의 사전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을 계기로 STX그룹은 보유하고 있는 STX에너지 지분 전량을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오릭스는 지분 투자 당시 STX에너지 자산가치에 변동이 생기면 지분 재평가를 통해 지분율을 재조정하도록 한 조항을 근거로 STX그룹을 압박했고, 채권단의 매각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7월 270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보유 지분 전량을 오릭스에 넘겼다.
 
결국 반월 열병합발전소 수용가조합지분 3.65%를 제외한 STX에너지 지분 전량(96.35%)을 63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STX에너지의 시장 평가 금액이 1조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헐값에 인수한 셈이다.
 
당시 한 푼이 더 절실했던 STX그룹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매각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당초 보유 지분을 매각하려던 한앤컴퍼니와는 이보다 약 1000억원이 높은 금액으로 사전 합의가 된 상황이었다.
 
STX에너지는 현재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 동해시 일원에 500MW급 2기 등 총 1190MW 규모의 북평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완공 시 연간 3000억원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알짜 계열사로 꼽혔다.
 
지난해 기준 매출 1조2873억원에, 영업이익 876억8619만원을 올렸으며, 매출의 92% 이상이 에너지 부문에서 창출돼 수익 안정성도 높다는 평가다. 
 
STX에너지 최대주주가 된 오릭스는 지분을 인수한 지 한 달 만에 재매각을 발표했다. 전력을 생산하는 국가 기간산업이 외국 자본에 넘어간다는 여론의 반대도 있었지만 매각 조건에 진술과 보증 조항을 넣은 것을 고려하면 오릭스가 STX에너지를 직접 운영할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진술과 보증은 인수 후 나타날 수 있는 돌발 부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명시하는 계약조건 중 하나로, 당시 오릭스 측은 STX에너지가 운영 중인 반월공단, 구미공단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노후설비가 많아 이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댔다.
 
이후 인수가격과 조건 수용 여부를 두고 GS-LG 컨소시엄과 포스코에너지, 삼탄 등 우리기업 간에 3파전이 벌어진 끝에 '진술과 보증'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한 GS-LG 컨소시엄이 11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규모는 오릭스 보유 지분 96.35% 가운데 72%가량으로, 매각대금은 60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릭스 입장에서는 같은 돈을 사용해서 1년 만에 STX에너지 지분 24%를 공짜로 얻은 셈이다.
 
STX그룹이 STX에너지 지분을 오릭스에 매각할 당시 전체 지분에 대한 가치가 1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분 24%는 약 2400억원에 해당된다. 투자금 대비 30%에 가까운 차익을 단기간 내에 벌어들인 셈이다.
 
짧은 시간에 폭리를 취한 점이 론스타 사태의 재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오릭스의 이 같은 결정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라는 이견과 함께 외국계 기업에 대한 과도한 국내정서는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또 론스타의 경우 탈세 등 불법도 있었지만 오릭스는 이와는 무관한다. 때문에 이득만으로 오릭스를 몰아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오릭스 역시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이종철 오릭스 한국투자총괄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알려진 것과 사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며 "애초 STX 측과도 사전협의가 있었는데 모그룹이 사태를 겪으면서 강경파들이 사실을 왜곡 전달한 부분이 잇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부터 경영할 목적이 없었다. 국가기간 산업이고 국내정서를 감안했다"며 "단독 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당초 약속을 지키는 것인데, 외국계 기업이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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