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캘퍼 사건' 증권사 무죄 첫 판결..검찰 '완패' 예고
대법원 "전용선 제공은 자본시장법 위반" 검찰 주장 기각
"정보제공 속도 같아야 한다는 법적 의무·공시의무 없어"
"거래속도 달라 일반투자자 이해충돌·손해발생 문제도 없어"
입력 : 2014-01-16 14:47:22 수정 : 2014-01-16 14:51:1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스캘퍼(초단타 매매자) 특혜 제공' 의혹으로 기소된 최경수 현대증권(003450) 대표와 IT본부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2011년 6월 ELW(주식워런트 증권, Equity Linced Warrant) 초단타 매매자(스캘퍼)들에게 속도가 빠른 전용선을 제공하는 등 편의를 봐 준 것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보고 증권사들을 기소한지 2년 7개월여 만에 나온 첫 판결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ELW 초단타 매매자(스캘퍼)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삼성증권 등 12개 증권사 대표이사와 IT 담당자 등 38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같이 기소된 스캘퍼까지 포함하면 50여명에 달한다.
 
◇'스캘퍼 특혜' 피소 12개 증권사 같은 혐의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12개 증권사 등은 모두 혐의가 같다. 증권사들은 1, 2심 재판에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이번에 대법원에서 확정적으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실상 검찰의 완패가 예상된다.
 
2년 7개월여 동안 계속된 재판에서 검찰은 "증권사가 특정 고객의 주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의도적으로 다른 고객 주문보다 우선해 처리하는 것이 신의성실에 반한다"며 유죄를 주장했다.
 
또 "시세정보를 우선 제공하는 방법으로 막대한 수수료를 이득으로 취득했다"며 "이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6일 현대증권 등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자본시장법상 금지하고 있는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면서 "부정한 행위란 법령 등에서 금지된 것인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손해를 입히고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 및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특히 "금융투자업자 등이 특정 투자자에 대해서만 투자기회 또는 거래수단을 제공한 경우에는 그 시장의 특성과 거래참여자의 종류, 규모, 거래구조와 방식, 특정투자자에게만 투자기회 등을 제공한 동기와 방법 등과 함께 일반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접수 순서대로 주문체결 사실상 불가능"
 
대법원은 이번 현대증권 사건에서 "증권사가 고객의 주문을 접수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한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수된 주문들 사이의 접수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시계일치에 필요한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할 방법 또한 없어서 접수 순서대로 주문이 체결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을 비롯한 관련 규정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감독 당국의 각종 행정지도 공문들을 근거로 '주문처리 과정에서 속도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를 도출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권사에게 이런 법적의무가 없는 이상 현대증권이 일부 투자자들에게 ELW 매매 주문 속도를 높일수 있도록 내부 전산망과 전용서버를 제공하고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거나 시세정보 우선제공 등의 DMA서비스를 제공한 것을 자본시장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조형물 '법과 정의의 상'(사진제공=대법원)
 
대법원은 특히 이번 판결에서 현대증권 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ELW 전용 전산 시스템을 개발한 후 고객 유치를 위해 이를 광고했고 대부분 증권회사가 고객들에게 DMA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런 사실이 증권가와 금융감독당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DMA 서비스를 제공받은 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투자자 사이에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작다"면서 "DMA 서비스의 공시에 관한 규정이나 감독기관의 행정지도가 없었던 점에서 속도관련 서비스를 공시할 의무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LP 호가 변경전 가격으로 매매해도 성공가능성 없어
 
대법원은 이와 함께 ELW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자인 LP(Liquidty Provider)는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일반투자자와는 달리 자동화된 알고리즘 매매프로그램을 이용해 DMA방식을 통해 훨씬 빠른 속도로 ELW를 거래하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 이후 LP가 ELW의 호가를 변경하기에 앞서 변경 전의 가격으로 ELW를 매매하려 시도하더라도 거래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며 "이해충돌 문제가 없는 이상 일부 투자자들에게 속도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ELW를 거래하도록 한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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