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열 재정비..총파업 '탄력'
전공의 이어 보건의료노조 지지 선언..민영화 이슈로 선회
입력 : 2014-01-21 11:08:57 수정 : 2014-01-21 11:13:00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여론의 역풍에, 자중지란까지 겹치며 초반 주도권을 잃던 모습에서 우군의 합류로 총파업 전선 강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다. 지난 12일 의협이 정부의 원격진료 도입과 병원 자회사 설립 등을 반대하며 3월 총파업을 결의하자 여론은 들끓었다. 배경에 '의료수가 현실화'라는 이해관계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2000년 의약분업에 이어 최근 리베이트 파동까지, 그간 제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한 탓에 여론은 이번에도 냉정히 등을 돌렸다.
 
여기에다 정치권마저 여야 가리지 않고 파업의 정당성을 질타하고 나서자 전선은 급속히 와해됐다. 철도파업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초강경 방침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급기야 의료계를 양분하는 대한병원협회가 등을 돌린 데 이어 일부 개원의들과 지역에서도 지도부의 무리한 강경노선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이는 곧 정부와의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던 의협에 구원의 손길이 다가선 것도 이때다.
 
먼저 전국 1만7000여며의 전공의들이 힘을 보탰다. 병원 눈치를 보느라 수위 조절에 신경쓰는 모습이었지만 이들은 의협 입장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인턴과 레지던트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9일 서울 이촌로 의사협회에서 대의원 4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의료 총파업과 관련해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고, 의료계 총파업 지지를 결의했다.
 
장성인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후 의협 파업이 결정되면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시행 예정인 수련환경 개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의 대응이 없을 경우 전국 규모의 당직비 소송부터 대표자 대회, 전공의 대회, 파업까지 단체행동을 벌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밀리던 의협이 총파업 전선을 재구축하고 있다. 의료계 세력을 총결집하고 있는 것이다.(사진=이경화 기자)
 
전공의들의 의료계 총파업 동참 결의가 있은 다음날, 이번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의료계 총파업에 동참키로 했다. 전공의들에 이어 보건의료노조까지 의협이 주도하는 총파업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 보건의료노조 회의실에서 의료민영화에 맞선 총파업 투쟁계획 관련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정책은 명백한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며 "앞으로 의협과 연대를 통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현 위원장은 정부의 원격진료 허용과 관련해 “원격의료 허용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은 환자 진료 활성화가 아니라 의료기관, 의사, 노동자를 돈벌이 수익사업으로 내모는 정책”이라며 신랄한 비판과 함께 “의협과 보건의료노조가 함께 의료영리화 저지와 국민건강권 수호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수가 체제 개선에 대해서도 의협과 한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는 원가의 75% 수준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저부담, 저보장, 저수가체계’의 악순환”이라며 “이로 인한 병원의 경영 악화를 영리 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정상적인 진료를 팽개치고 환자를 대상으로 돈벌이 수익을 창출하라고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 정부의 의료정책을 민영화 정책으로 규정함으로써 이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선을 민영화 반대로 몰고 감으로써 등돌린 여론의 관심을 환기시키겠다는 전략적 차원으로 풀이됐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대한중소병원협회와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도 의료계 총파업과 관련해 결의를 다졌다. 양 협회는 사안별로 이견을 노출했지만, 의료수가 현실화 등 국내 의료제도 개선 부문에서는 의협과 공감대를 이뤘다.
 
양 협회 관계자들은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문제와 같은 일련의 현안에 대해서는 병원협회에서 정한 입장과 같다"면서도 "다만 37년간 지속돼 온 저수가와 같은 의료현안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협과 힘을 합해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의사협회는 오는 22일 의사협회에서 의료 총파업과 관련해 첫 실무협상에 돌입한다. 정부와 의협은 현재 ‘의료발전협의체’를 구성, 원격의료 추진과 의료 기관 영리 자법인 설립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함에 따라 협상 타결까지는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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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