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냐, 강화냐'..무너지는 '금융비전'
입력 : 2014-01-23 14:32:16 수정 : 2014-01-23 14:51:24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금융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하겠다"(신제윤 금융위원장)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금융비전'이 발표된지 두달만에 난관에 부딪쳤다. 지난 22일 발표한 카드정보 유출사고 재발방지대책은 금융비전의 취지에 역행하는 규제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금융업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권에서는 신 위원장이 반년간 준비한 회심의 역작이었던 '금융비전'이 역할을 다해낼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이번 카드정보 유출사고 여파로 규제완화는 물건너 갔고 더 이상의 규제가 생기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게 중론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정보유출 재발방지대책 발표 후 카메라에 둘려싸여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시중은행 관계자는 "바로 두달전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금융사 및 신용정보사의 축적된 정보를 융합해 정보가공활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융합은 커녕 칸막이만 생기게 됐다"는 푸념을 하면서도 "이번 사고로 금융권의 책임이 크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도 지난 22일 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계열사간 고객정보공유 제한은 영업력에 큰 제약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번 사태 수습의 관건은 새로운 제도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종전제도를 엄격히 준수하는 일"라고 강조했다.
 
규제 일변도의 대책이 금융지주사 설립취지와 배치된다는 의견을 역설한 것으로 파악된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관계자도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대책이지만 단 두달만에 취지가 무색하게 된 것 아니냐"며 "사태 수습은 자연스레 통제와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카드업계는 금융비전 발표후 "왜 우리만 네거티브 규제방식으로 전환되지 않냐"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이번 사고의 진앙지로서 카드업계의 규제완화 요구는 수그러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위는 고객정보를 갖고 있는 카드사가 여러 부수업무를 맡게 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해 금융비전 발표 당시 그간 적용해 온 일부 부수업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포괄주의 방식을 유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 발표한 재발방지대책이 나온 배경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불과 두달만에 '육성'에서 '규제'로 뒤집힌데 대해서는 당국이 한치앞을 예상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여론은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번 카드사태 수습과 기존의 금융비전의 취지와는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도권 소재 대학 A교수는 "규제완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는 반면에 규제가 유지돼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금융비전을 마치 '잘못 놓은 자식'처럼 몰아가는 것은 금융산업 발전을 그르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전날 발표된 재발방지대책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한다는 의지가 '매출액의 1%', '50억원' 등 숫자에 매몰됐다는 점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정보 유출사태와 관련없이 금융비전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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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