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세수펑크)①나라 곳간에 도대체 무슨 일 생겼나
입력 : 2014-02-12 13:00:00 수정 : 2014-02-12 13: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가재정상황이 심상치 않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균형재정'을 바로 눈앞의 가시적인 목표로 공언했던 정부지만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적자'로 나라살림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3회계연도 총세입·세출부 마감행사장은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에 경기 침체로 세입 여건이 대단히 어려웠지만 각 부처가 적극 협업해 무난히 재정운용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서 "정부는 지난해 재정운용 성과를 되돌아보고 올해 나라 살림을 더욱 알차게 운용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3회계연도 총세입·세출부마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부총리의 담담한 소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초조함을 숨기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날 정부가 마감한 2013년 총세입·세출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수입은 정부 예상보다 11조원이나 덜 걷혔다.
 
국세수입은 8조5000억원이 구멍이 났고, 각종 세외수입도 2조5000억원이 덜 걷혔다.
 
국세수입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미 감소가 예상되긴 했지만, 정부가 장담해왔던 7조~8조 수준보다 구멍의 크기가 더 컸다.
 
1990년 이후 국세수입이 예산안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인 1998년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3번째다. 특히 8조5000억원의 국세수입 부족규모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금액이다.
 
금융사 등을 중심으로 기업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법인세수입은 전년보다 2조1000억원이나 덜 들어왔고,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효과로 양도소득세가 8000억원이 부족했으며, 주식거래 감소에 따른 증권거래세도 1조5000억원이 구멍이 났다.
 
(자료=기획재정부)
당장 이날 세입세출부 마감행사가 끝난 후 이석준 기재부 제2차관이 직접 기자실을 찾아왔다. 세수입 구멍에 대한 재정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차관은 "올해 세수 전망치는 비교적 보수적으로 작성됐다고 본다"면서 "소비와 투자가 개선되고 대외여건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세입 부족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통상 세입세출부 마감행사는 지난 1년간의 국가 가계부를 공식적으로 마감하는 대외적인 요식행위여서 언론보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적자가 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기재부가 스스로 나서서 배경브리핑까지 하고 있다.
 
그만큼 재정상황에 대한 정부의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부는 2012년에도, 지난해에도 세수입에 대한 장담을 했었지만 이를 실적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문제는 올해 역시 정부의 생각만큼 세수입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회를 통과한 올해 국세수입 예산안은 218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실적보다 16조6000억원이 더 걷혀야만 세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지난해 부진에 허덕인 법인들의 실적은 올해 법인세수에 반영된다. 이번 세수부족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던 금융사들의 지난해 실적은 더 좋지 않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들의 지난해 순익은 4조5188억원으로 전년대비 38.2%나 감소했다. 증권거래세와 연결돼 있는 주식시장도 여전히 침체돼 있으며, 부동산시장이 크게 달라져서 양도소득세 등의 세수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희박하다.
 
정부의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경기 회복세가 세수에 반영될지 미지수다.
 
이석준 차관은 "경기와 세수의 상관관계가 과거에는 1대 1이었다면 지금은 1대 0.9정도로 변하고 있다"며 거시지표가 개선되더라도 세수여건이 따라올 수 없음을 언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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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