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10년째 지체 장위뉴타운..경매물건 '급증'
미니신도시 급 뉴타운이라더니..구역별 온도차 극심
입력 : 2014-03-10 15:56:58 수정 : 2014-03-10 16:01:27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여기 온지 3년이 넘었지만 재개발 이야기 못 들은 지 오랩니다. 10년째 재개발 한다는 말만 있었지 뭐 되는 게 있어야죠. 이웃에서 영업하던 부동산들도 많이 없어졌어요" (A씨, 장위동에서 음식점 운영)
 
"전용면적 85㎡정도 되는 아파트 들어가려면 추가분담금을 엄청 내야하던데요. 차라리 지금처럼 그냥 월세 받으면서 사는 편이 낫겠네요" (B씨, 장위동 거주)
 
서울 최대 규모 뉴타운으로 계획된 성북구 장위뉴타운 줌니들이 10년째 사업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나마 추진 속도가 나는 구역 외에는 사업이 해제되거나 답보 상태며, 뉴타운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보고 투자했던 주택들은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10일 찾은 장위동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미싱사를 구하는 공고였다. 낡은 주택가를 등지고 드문 드문 자리한 재단가게들은 마치 시계를 과거로 한참 돌린 듯한 모습이다.
 
◇장위뉴타운에서 볼 수 있는 미싱사 모집 광고 (사진=방서후 기자)
 
총 15개 구역 중 1개 구역을 제외하곤 모두 언덕바지에 있어 나이든 어르신들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도 힘에 부쳐 보였다.
 
◇장위뉴타운 전경 (사진=방서후 기자)
 
장위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C씨는 "여기가 다른 재개발 지역보다 바위도 많고 그래서 공사가 어렵다고 한다. 공사비도 30%는 더 든다고 하니 주민들이 많이 반대하더라"며 "조합은 어떻게든 분양을 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입장이고, 주민들은 어차피 부동산으로 돈 벌긴 틀렸으니 빚을 더 내기보다는 지금처럼 살고 싶어한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지난 2005년 12월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장위동 일대는 총 187만3091㎡ 규모에 2만6000여 가구를 조성하는 미니신도시 급 뉴타운으로 계획됐다.
 
◇일부 구역만 사업 속도..12, 13구역은 해제
 
이후 15개 구역을 4단계에 걸쳐 개발하기로 했지만 부동산 경기 장기침체와 뉴타운 출구전략, 조합과 주민 갈등으로 구역마다 사업 속도가 크게 벌어졌다. 결국 지난 1월 전체 면적의 20%에 해당하는 장위 12, 13구역이 구역해제 대상으로 확정됐다.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2구역을 비롯해 1·4·5·7·10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마쳤다. 6구역과 9구역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이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14구역도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건축심의 과정 중이다.
 
11구역은 3월 중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총회가 예정돼 있지만 사업시행인가 신청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조합은 내다보고 있다. 8구역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총회도 아직 열지 못한 상태로 언제 인가가 날 지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3구역과 15구역은 추진위 단계에서 멈춰있고, 12구역은 조합설립인가 후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조합해산을 신청해 지난 1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다. 13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해 구역이 해제됐다.
 
◇지분가격 하락, 급매·경매 속출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개발 지분가격은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이 시행된 지난 2012년 3.3㎡당 2500만원선이 무너진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장위 재정비촉진지구는 1년 동안 지분가격이 7~10% 빠졌다.
 
그러다보니 장위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못한 구역 위주로 공시가 이하로 떨어진 단독주택 급매 물건들이 속속 나와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D씨는 "3.3㎡당 공시가가 730만원인 단독주택이 600만원으로 내렸는데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E씨는 "감정가 5억이상 단독주택이 3억원대에도 나왔었다"며 "차라리 뉴타운이 해제된 13구역의 물건은 이참에 싼값으로 매입해 다가구로 신축해서 임대사업을 하라는 쪽으로 투자자에게 권유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렇게 해서도 팔리지 않는 물건들은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로 넘어간 장위동 단독·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은 197건으로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지난 2007년 이후 5배 가까이 폭증했다.
 
물건은 쏟아지는 데 찾는 사람은 없어 입찰경쟁률과 낙찰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110%를 웃돌던 낙찰가율은 66%대로 급감했고, 경매 건당 평균 낙찰자수 역시 8.4명에서 3.7명으로 하락했다.
 
◇장위동 주택 경매 물건 추이 (자료=부동산태인)
 
실제로 한 다가구주택 건물은 4회나 유찰된 후 지난달 5번째 입찰에서 감정가 대비 50%도 안 되는 가격에 겨우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처음 경매에 부쳐진 다세대주택 역시 3차례 유찰 후 오는 4월 반값으로 떨어진 가격에 4번째 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가 아파트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뉴타운 등의 호재를 바라보고 무리하게 투자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위뉴타운에 근린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F씨는 "그나마 월세를 받고 있는 상가의 임차인이 나가버리면 언제 철거될 지 모르는 자리에 입주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임대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주변에 아무도 투자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지역 자체가 슬럼화 돼 버렸다"고 탄식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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