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안전보다 돈'인데 대책은 '국가안전처'?
재난전문가들, 박 대통령이 밝힌 '부처 늘리기식 대책' 비판
입력 : 2014-04-29 17:24:50 수정 : 2014-04-29 17:33:32
[뉴스토마토 한광범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해 사과하며 대형 참사 재발을 위한 방안으로 '국가안전처'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초동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전처 신설을 지시하며 '지휘체계 혼선 방지'·'부처간 업무 총괄'·'전문성 확보' 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했다. 이는 그동안 전문가들이 '안전행정부'의 재난 컨트롤타워 기능 수행 시 문제될 수 있는 문제점으로 지적해온 부분들이었다.
 
그러나 재난 관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이날 밝힌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재난 전문가인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재난 총괄 부처' 신설에 대해 "논의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불순한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아직 사고 수습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언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이 도출되나. 정부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수단 아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아울러 '중앙정부'의 재난 관리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재난관리 체계는 일정 수준에 올라왔다며 부족한 부분은 지방정부의 역량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난 부처' 신설은 지자체의 역량을 지금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라며 지방정부의 재난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공무원의 수와 예산을 늘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청와대
 
또 전문가들은 재난관리의 '컨트롤타워' 기능은 청와대에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은 교수는 "청와대 NSC는 재난위기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발표를 보고 사실 경악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NSC 사무차장을 역임한 류희인 전 위기관리비서관 역시 정부 부처를 총괄하기 위해선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전 비서관은 29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가안전처가) 만들어져도 청와대 내 컨트롤타워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안행부가 할 수 없는 일 중 일부를 국가안전처에서 할 수 있지만 대통령 차원에서 수행해야 할 기능이 있다"며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그런 부분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류 전 비서관은 "겉으로만 국가안전처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체계가 확립되고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이 정부가 국가안전처를 만들어 어느 용도로, 어느 수준으로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위기관리 대응 체계적인 문제 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역시 재난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는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역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 관련 규제 완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원식 새정치연합 여객선사고대책위원장은 이날 "사고의 근본원인중 하나는 해운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부실한 규제적용"이라며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시작해서 '쳐부숴야 할 암덩어리'로 이야기하는 규제완화의 광풍을 멈추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정부의 기조 변경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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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광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