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이 없다"..선사들 인력 확보 '절실'
입력 : 2014-06-26 14:40:17 수정 : 2014-06-26 14:44:3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수년째 선박 공급 과잉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해운업계가 인력 부족마저 겹치면서 이중고에 처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초대형 선박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이를 운용하기 위한 필수 인력의 필요성도 증가했지만 정작 배를 타려는 인력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26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오는 2015년에는 약 5700명, 2020년에는 6900명, 2030년에는 7100명의 해기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기사는 상선이 짐을 싣고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해서 하역 업무까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는 직업으로, 크게 항해사와 기관사로 나뉜다.
 
일반 선원의 경우 2012년 기준 내국인 선원은 3만8906명으로, 2000년 5만2172명에서 25.4% 줄었다. 반면 외국인 선원은 2000년 7639명에서 2012년 2만1327명으로 179.2% 급증했다. 내국인 선원 자리를 외국인 선원이 메운 것이다.
 
선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최근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남아있던 공급 규모마저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이미 선원을 배출하는 교육 체계는 상당 부분 협소해졌다. 향후 인력난이 가중될 것이 불가피한 실정.
 
해기사의 경우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단 두 곳에서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군 면제 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배를 타야 하는 기간이 만료되면 해상근무보다는 대부분 육상근무를 선호한다.
 
의무 해양 근무 기간이 만료되면 결혼과 출산, 육아 시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6개월 이상 집을 떠나야 하는 해상 근무직을 기피한다는 게 해운업계의 설명이다. 또 물동량 증가로 승선 경험이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하는 육상직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어 해상 근무를 원하는 인력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내국인 선원 자리를 대체해 준 외국인 선원 수급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원 수급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해운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 내에서 인력 조달이 힘든 국가들이 필리핀 등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특히 일본의 NYK, MOL 등 주요선사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필리핀 마닐라 현지에 직접 선원 송출 회사를 차리거나 트레이닝센터를 설립하는 등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NYK의 경우 지난 2008년 필리핀에 NYK상선대학을 설립해 자사 시스템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선사들도 현지에 선원 관련 직업전문학교를 세우거나 기존 대학에 클라스를 개설, 장학금 지급 등의 방법으로 외국 선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금이 점차 인상돼 이제는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임금이 저렴한 주변 국가로 경쟁이 확대, 오히려 숙련된 인재에 대한 갈증은 더해가고 있다.
 
환경여건도 좋지 않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은 외국 선원이 선장이나 기관장을 할 수 없도록 규정이 제한돼 있어 외국 선원 입장에서는 한국보다는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의 배를 타는 게 유리하다.
 
정부에서 지정한 88척의 국가필수국제선박의 경우 선박 한 척당 외국인 선원 6명 이상을 고용할 수 없으며, 일반 상선은 선장과 기관장에 반드시 내국인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한편 해운업계 인력 수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지난 2월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해양대 승선학과 정원을 500명 증원할 계획을 내놨다. 우선 올해는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두 곳의 정원을 각각 30명씩 늘리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증원할 예정이다.
 
"배를 탈 선원이 없다"는 해운업계의 하소연이 해양국가로의 꿈을 접게 만들고 있다.
 
◇최근 몇 년째 선박공급과잉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해운업계가 인력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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