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지경부 망친 崔부총리..`경제살리기`도 걱정
입력 : 2014-10-14 17:37:04 수정 : 2014-10-14 17:37:0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4년전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당시 최 부총리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공격적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했는데 4년만에 이 사업들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지경부 장관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외교론을 옹호하며 에너지공기업이 해외진출을 독려했던 최 부총리는 이제 박근혜정부의 경제팀 수장으로서 내수활성화 등 경기부양책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앞뒤 살피지 않고 밀어붙인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천문학적 적자만 남긴 것처럼 최근의 성급한 경기부양책도 부작용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산업부 등에 따르면 최 부총리가 지경부 장관으로 재직한 2009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는 MB정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한 때로,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부실 투자도 대부분 이때 진행됐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0년 10월1일 해외자원개발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원개발기업 최고경영자 포럼'을 주재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우선 한국석유공사에 1조원의 손실을 안긴 캐나다 하베스트社 광구 인수는 2009년 12월 이뤄졌으며, 가스공사가 5000억원의 평가손실을 본 캐나다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 지역의 천연가스 광구 인수는 2010년 진행됐다. 대한석탄공사에 누적손실 100억원이 피해를 준 몽골 훗고르 광산개발 투자 역시 2010년 12월 광산 인수계약이 체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에 따르면 정부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총 26조원이지만 회수한 돈은 3조6698억원에 그쳤다. 이 정도면 운이 나빠서 사업에 실패한 게 아니라 해외자원개발사업 자체가 부실덩어리였던 셈이다.
 
이에 공기업 부채와 방만경영의 진짜 원인은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이라는 설득이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13일 열린 산업부 국정감사에서는 최경환 부총리가 이제라도 당시의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경제부총리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물론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의 신임이 큰 최 부총리가 4년 전 일의 책임을 지고 경제부총리직에서 물러날 리 만무하다. 하지만 문제는 4년 전 보였던 성급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운용이 경제살리기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박근혜정부 판 부실사업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정책은 부동산시장 정상화 대책이 첫손에 꼽힌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기획재정부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9월에는 재개발·재건축 등 재정비사업 활성화와 청약제도 규제 완화 등을 꺼내놨다.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개인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에 착안해 부동산시장이 살아야 내수가 활성화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내 주택값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서민의 주택 자가비율이 50%대로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부동산시장에서 예상 가능한 문제점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서둘러 대책을 발표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도 "정부가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한 후 국내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었다"며 "박근혜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주택거래만 늘릴 뿐 서민의 주거안정을 해치고 집값 거품과 막대한 재정 낭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41조원의 재정금융 패키지 제공과 가계소득 증대세제 개편, 서비스·보건의료산업 활성화 대책, 376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편성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들이 제기됐다. 최경환 경제팀은 정부가 총지출만 늘려주면 내수가 알아서 살아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것.
 
여기에 정부 곳간을 메우려고 담뱃값 인상과 공공연금 개혁 등 꼼수를 부리면서 정부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간다는 비판까지 받지만 최 부총리는 그대로 강행할 태세다.
 
최 부총리의 이런 모습은 과거 MB에게서 자원외교 특명을 받은 것처럼 박 대통령에게는 경제를 살리라는 특명을 받고 거기에 올인한 모습이다.
 
그러나 지경부 장관 때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자원외교나 해외자원 확보는커녕 다음 정권에 적자만 물려줬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이 자칫 4년 후 다음 정권에서는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관계자는 "경제구조 혁신 없는 경기부양책은 반짝효과만 있고 장기적으로는 필패"라며 "지금 경제팀의 정책은 거시적으로 성장성이 둔화된 상황을 외면한 채 '지금 당장 어려우니까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이게 경제를 살릴지 망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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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