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국토교통부가 서승환에서 유일호 체제로 전환됐지만 정책 기조는 이전과 다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지역구의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한계가 발목을 잡고, 10개월 남짓이라는 짧은 임기로 인해 과감한 변화와 추진은 기대하기 힘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일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유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치면 정식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
도시경제 전문가에서 세금 전문가로 국토부 수장이 바뀌지만 서승환 현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 따르면 유일호 내정자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택시장 정상화는 집값 부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을 유도해 거래활성화와 매매가격 안정화를 촉구하는 것이다"며 "현 정부의 시장 정상화 노력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에도 기여했다"고 현 국토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 평가했다.
이어 그는 "주택시장 정상화로 기존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해 전세 수요압력이 줄어든다면 전세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며 서승환 장관이 취임 이래 유지해 왔던 '선(先)매매활성화 후(後)전세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서 장관의 히트상품인 수익공유형모기지의 시중은행 확대가 가계부채 증가와 투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유 내정자는 "(시중은행 대출이) 제한된 물량(3000가구)으로 엄격한 대출심사를 통해 시범사업하는 만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르 것으로 생각한다. 취임 후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성과와 문제점을 점검한 후 본사업 실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현 국토부가 올해 역점사업으로 설정한 기업형 주택임대정책 '뉴스테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힘을 더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이 뉴스테이 사업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상당수 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조속한 입법을 기대하고 있다"며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법령개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과 함께 토지를 발굴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의 활력을 이용해 장기 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이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을 것을 보인다"고 전망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기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폐지 및 추가 완화는 장관이 바뀌어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 내정자는 "지난해 8월 금융 규제완화 조치는 금융 건전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업권별·지역별 불합리한 규제를 합리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주택시장 정상화와 가계부채 규모관리가 조화로운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내정자는 신임 장관으로서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지 않고, 전임 장관의 정책 연속성 유지차원의 답변만 풀어놨다.
N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기조변화보다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장관으로서의 역량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장기적인 자신만의 주택시장 안정 플랜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은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5월 치러지는 총선에 출마할 경우, 유 내정자의 실질 업무 기간은 약 10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장기적 관점의 획기적 정책 제안을 기대하기 힘들다.
행복주택은 현역 국회의원으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유 내정자는 "송파구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주민들의 반대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대안도 검토하면서 지자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행복주택은 박 대통령의 부동산 분야 핵심공약 중 하나다. 서 장관은 7곳의 시범지구를 지정했지만 송파구 2곳을 포함한 5곳에서 주민들이 반대,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송파구는 유 내정자 지역구로 18대, 19대에 걸쳐 국회의원을 지내고 있다.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황에서 지역구민의 심기를 건드리는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지난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의 총선 출마 추궁에 "장관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임기 동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확답을 회피했다.
다만 세금 전문가인 만큼 부동산 세제상의 변화가 예상되기도 한다.
유 내정자는 지난 2008년 종합부동산세 세부담상한액을 인하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2011년에는 자기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149㎡이하 임대주택을 신축·매입하는 경우 소득의 일부를 공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유일호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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