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배드뱅크..국내 은행들만 참여할듯
외환銀 "출자 안 한다"..다른 은행 부담 커질듯
입력 : 2009-07-15 11:22:36 수정 : 2009-07-15 16:35:02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외환은행이 민간 배드뱅크 출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다른 6개 시중은행들의 출자만으로 민간 배드뱅크가 설립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연합회는 조만간 시중은행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외환은행이 민간 배드뱅크 설립에서 발을 빼면서 은행연합회와 은행권이 대책마련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이는 특수목적회사 형태의 민간조직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채권을 처리할 목적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논의 끝에 지난 4월 출범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출자규모 등을 놓고 이견이 불거지면서 오는 9월로 설립이 미뤄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부실채권(NPL) 규모가 별로 크지 않고 은행의 경영상황을 감안해 불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의 반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민간 배드뱅크를 자회사를 두지 않기 위해 각 은행의 출자비율을 15% 이하로 유지하려던 은행권의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간 배드뱅크 설립에는 외환은행을 포함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은행, 농협중앙회 등 모두 7개 은행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7개 은행이 민간 배드뱅크에 골고루 출자해 각 은행의 출자비율을 14%수준에 맞춘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출자에 참여하는 모든 은행이 동일한 규모의 출자에 나선다는 전제 하에 민간 배드뱅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피하려면 최소 7개 은행이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불참을 선언한 상태에서 나머지 6개 은행이 동일한 비율로 출자하면 각 은행의 출자비율은 16%를 넘어서게 된다. 만약 민간 배드뱅크가 비연결 자회사로 분류될 경우 은행들은 민간 배드뱅크에 대한 출자규모 수준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초까지 자본확충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은행들 입장에서는 민간 배드뱅크 참여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민간 배드뱅크 설립은 개별 은행차원이 아니라 은행연합회의 주도로 논의될 문제"라면서도 "일단 참가하려는 은행이 하나 줄었기 때문에 다른 6개 은행이 부담을 안게 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일각에서는 1개 은행이 출자비율을 30%수준으로 높여잡고 나머지 은행들은 14%수준에서 출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은행이 굳이 민간 배드뱅크를 자회사로 둘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연합회 여신제도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다른 외국계 은행은 민간 배드뱅크 설립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초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될 경우 민간 배드뱅크는 오는 9월 출범해 자산관리공사와 경쟁체제를 갖추게 된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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