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태풍타고 날아오른 진격의 샤오미, '참여감'으로 다진 내실
직원이 먼저 팬이 되도록…고객 한 명 한 명이 홍보대사
입력 : 2015-11-30 08:40:50 수정 : 2015-11-30 08:40:50
460억달러(약 52조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추정된 샤오미의 기업 가치다.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 열풍이 불기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1년 27만3000대 였던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6112만대로 200배 이상 급증했다. 작년 2분기에는 애플, 삼성 등 쟁쟁한 글로벌 경쟁자들을 제치고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제품군을 늘리며 종합 가전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보조배터리, 이어폰, 라우터 등 주변 기기에서 더 나아가 정수기, 체중계, 공기청정기 등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의 카피캣 정도로만 치부됐던 좁쌀 샤오미는 5년 만에 중국은 물론 전세계 시장까지 넘보는 특급 햅쌀로 성장했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태풍의 길목에 있으면 돼지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샤오미의 성공에는 시대를 읽는 눈 뒤에 조직원과 사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독특한 문화가 숨어있다. 사진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미TV'를 소개하는 레이쥔의 모습. (사진/뉴시스)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은 샤오미의 급속한 성장에 대해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일은 대세를 따르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말로, 샤오미 역시 업계의 대세에 잘 부응했기 때문이라는 셜명이다. 그러나 태풍을 타고 날아오른 돼지가 하늘에 얼마 동안 머무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일이다. 깜짝 성공으로 끝날지, 끊임 없는 혁신으로 계속해서 대중의 관심을 받을지는 대세를 타기에 앞서 얼만큼의 내실을 쌓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샤오미는 단순히 저가 정책에만 의존해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리완창은 지난해 출간된 저서 '참여감'에서 "샤오미의 성공은 첫째도 참여감, 둘째도 참여감, 셋째도 참여감"이라고 언급했다. 직원과 고객의 구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 다른 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라는 얘기다. "샤오미를 설립할 때부터 미래에 회사가 얼마나 크게 성장하든 그 규모에 상관없이 사용자들이 활발히 참여하는 작은 음식점 같은 회사가 되길 바랬다"고 털어놓은 레이쥔의 철학과도 통하는 부분이다.
 
◇참여형 소비 시대에 꼭 맞는 철학
 
샤오미가 참여감에 주목한 배경에는 소비 트렌드 변화가 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의 기능적 소비에서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의 브랜드 소비, 대형마트와 같은 체험형 매장이 부상했던 시기의 체험형 소비를 지나 지금은 현장에 개입해 욕구를 충족하려는 참여형 소비가 뜨고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참여감을 고객과의 접점인 제품과 서비스 뿐 아니라 경영에도 도입했다. 모든 직원들과 사용자들의 마음에 참여감을 심어주려 했던 것이다. 이는 리완창이 제시한 '참여감 3·3 법칙'에 그대로 녹아있다.
 
참여감 3·3 법칙은 크게 3개의 전략과 3개의 전술로 구성돼 있다. 우선 3개의 전략에는 ▲폭발적 인기 상품을 만든다 ▲직원들이 먼저 제품의 팬이 된다 ▲기업 스스로 미디어가 된다가 있다. 한 가지 중점 요소만을 내세운 제품으로 업계의 선두가 되고, 기업 스스로가 제품의 대변인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이 먼저 제품의 팬이 돼 사용자와의 강한 연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참여의 마디를 개방한다 ▲상호교류 방식을 디자인한다 ▲입소문 사건을 확산시킨다 등 세 가지 전술을 제시했다.
 
◇즐길줄 아는 뛰어난 인재…KPI가 필요없어
 
샤오미의 3대 기본 전략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원들을 팬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직원들의 마음도 얻지 못하면 고객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는 논리인 동시에 '사람'을 중시하는 샤오미의 기업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레이쥔은 창업 첫 해 대부분의 시간을 인재를 찾는데 썼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이 하드웨어 개발팀을 꾸리는 일이었는데, 공동 창업자 대부분이 인터넷 업계 출신이라 하드웨어쪽 인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 부문을 총괄하는 저우광핑 박사를 비롯해 10여 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하기 위해 레이쥔은 10시간이 넘는 면접도 불사했다.
 
리완창은 저서 '참여감'에서 "샤오미가 스타트업의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회사와 잘 맞으면서도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찾는데 막대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회고했다. 회사와 잘 맞는다는 것은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창업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직원 개개인에게 창업 마인드가 있으면 핵심성과지표(KPI) 같은 관리제도가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스스로 높은 자주성으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직원이 100명의 평범한 인재의 가치와 맞먹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사람이라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
 
샤오미에서 대접받는 인재는 엔지니어 뿐만이 아니다. 고객과 최일선에서 만나는 고객서비스 부문의 직원들도 중요한 인력으로 존중받는다. 회사가 먼저 직원 개개인을 신임하면 직원들도 진심을 다해 고객을 대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샤오미는 고객서비스 직원들에게 업계 평균보다 20~30%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과거 고객서비스 직원들에게 주어졌던 것보다 훨씬 넓은 업무공간을 제공하며,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업무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인테리어 비용을 별도로 지급한다. 이 덕분인지 샤오미 고객서비스 부문에 종사자의 이직률은 5% 이하이고 회사에 대한 신뢰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례로 샤오미의 고객센터로 스마트폰 값을 넣은 봉투가 우편으로 도착했는데, 이는 한 직원이 손자의 선물을 사고 싶다며 고객센터로 문의한 노인을 대신해 자신의 계정으로 온라인 구매를 해 준 것이었다. "사기일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물음에 이 직원은 "회사가 모른척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단순 고객이 아닌 홍보대사 자처 열혈팬
  
이처럼 샤오미는 직원들이 자유롭고 홀가분하게 참여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회사의 이익도 함께 공유하고 있는데, 금전적 보상과 동시에 자긍심과 참여감을 느끼게 하면 제품의 서비스와 질은 자연히 높아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샤오미 성장의 최대 원동력인 팬덤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샤오미 직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시제품을 한 대씩 받는다. 조작 방법을 익힌 직원들은 부모, 형제, 친구들에게 제품을 선물해 샤오미의 고객을 만든다. 샤오미 직원들은 샤오미닷컴에서 우선 구매 자격을 얻을 수 있는 'F 코드'를 매달 신청·수령할 수 있다. F코드는 자신이 사용해도 되고 친구들이게 양도해도 된다. 이렇게 확보한 고객들은 MIUI 개발 상호 교류에 적극 참여했던 초창기 사용자들과 더불어 샤오미 성장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기존 기업들처럼 대중 매체를 통한 광고 대신 사용자들에게 놀 거리와 공간을 제공해줌으로써 모든 사람들을 샤오미의 홍보대사로 삼은 것이다. 웨이보를 통해 진행한 '휴대폰 집착남녀' 이벤트, 위챗의 음성 채팅 기능을 이용한 '샤오미 휴대폰 사랑해' 고함지르기 이벤트, 라우터 박스 조립 경연 등은 모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다수의 팬을 확보한 대표적 사례다. 인터넷 사상가인 케빌 켈리가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지칭한 팬덤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샤오미가 사용자의 참여감을 이용하는 분야는 제품의 연구 개발에서 마케팅, 보급, 고객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들은 샤오미를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멋진 브랜드로 만드는 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직원 이상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6월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샤오미 팬들의 연례 행사 '미팝' 오프라인 행사에서 악천후로 사전에 행사장에 도착하지 못한 본사 관계자들을 대신해 자원봉사자를 자처한 10여 명의 현지 팬들이 행사 준비를 마친 점도 그 중 하나다. 이처럼 열성적인 사용자들을 두고 리완창은 샤오미의 개발팀과 함께 제품을 개선시켜나가고 샤오미라는 브랜드를 전파하는 '대스타'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진양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김진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