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모로우)노인이 노인 돌보는 '노노케어사업' 각광
소외 노인 돌봄과 일자리 문제 동시에 해결…초고령층 가정 부양 부담도 덜어
입력 : 2015-12-09 15:17:25 수정 : 2015-12-09 15:17:25
자식이 삶의 전부였던 베이비붐 세대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했던 만큼 은퇴 관련 대비에 취약하다. 대부분의 은퇴 노령세대의 생활비가 적정 노후생활비에 턱없이 모자라지만 베이비 붐 세대는 연금 등에서도 과거와 달리 큰 혜택을 받지 못해 힘든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게 전부였던 자식들 역시 제 밥벌이마저 힘들다. 이미 자식에게 우리 노후를 더 이상 기대기는 어려운 세상에 와있는 것이다. 이번 해피투모로우에서는 치열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은퇴 노령세대에 대해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후를 배우자나 자식에 의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늙고 병든 자신을 가족들이 잘 돌봐줄 것이라는 믿음을 떨쳐버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나이 들면 배우자나 자녀들 또한 그만큼 나이를 먹는다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100세 시대를 내다보는 우리의 미래가 마냥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다.
 
간병이 필요한 노인 중 71%가 75세 이상이다. 상황이 이러니 나이 든 자녀가 병든 노부모를 돌봐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노노 부양’ 혹은 ‘노노 봉양’이란 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부양의 굴레에 저당 잡혀"
 
과거 공경해야 할 대상이었던 노인들이 부담만 주는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30세대가 부모 세대에 대한 부양 책임까지 짊어지면서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부양해야 하는 고령자(65세 이상) 수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1970년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노인 5명을 부양하면 됐다. 하지만 45년이 지난 올해엔 세 배 이상 늘어난 17.9명을 부양해야 한다. 25년 후인 2040년엔 무려 57.2명의 생활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게 통계청의 예측이다.
 
이 때문에 실업·출산·육아 등에서 별다른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청년들의 상실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한 노후 전문가는 "요즘 청년들은 심각한 취업난 문제로 이들이 사회에 발을 들이기도 전에 부양의 굴레에 저당 잡힌 느낌이라고 답한다"고 조언했다. 또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불균형은 심각한 세대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며 "젊은 세대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노인 맞춤형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사회 새 해법 `노노케어' 각광
 
노인빈곤, 소외 현상 해결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주목 받는 사업이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다. 노노케어는 일할 여력이 있는 노인에겐 일자리를,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겐 돌봄서비스와 함께 또래 노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거동 불편 노인에게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건강한 노인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 안전망과 맞춤형 노인 복지를 동시에 제공하는 사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독일,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도 농촌을 중심으로 기존의 체계화된 사회복지안전망과 연계하여 노노케어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복지 인프라의 부족으로 전통적 자녀부양을 보완하고 대체할 만한 지원체계가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노인의 부양과 관련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노노케어 사업은 현재 크게 두 가지다. 복지부가 예산을 편성해 지자체와 함께 진행하는 노노케어 일자리 사업과 대한노인회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경로당 노노케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주관하는 노노케어 사업에 돌보미로 참여한 노인은 총 2만9000명이다. 돌보미 한명이 평균 2~3명을 돌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혜자는 약 8만~9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가 최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서울 100세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95세 이상의 초고령 노인을 부양하는 이들의 경우 며느리·자식·아내 등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평균나이 63.6세의 노인 연령대로 조사됐다.
 
초고령 노인을 부양하는 이들 가운데 42.9%는 부양활동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본인에 대한 노인의 의존성’이 8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개인시간 부족(46%)’, ‘노인 행동에 대한 곤혹감(45%)’, ‘부양과 집안일, 직업 사이의 스트레스(43%)’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부담과 부양자 건강 악화도 각각 25.3%와 20%로 나타났다.
 
즉 개인적 자유의 속박과 육체적·경제적 스트레스로 인해 노노케어는 부양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부양자 노령화 추세가 현저하고, 부양자가 경제활동 중단이나 건강 악화 등 노년기 어려움에 직면한 경우가 많다”며 “가정의 노노케어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것이 초고령 가정의 문제”라고 밝혔다.
 
노노케어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노후연금 등 초고령 노인에 대한 실질적 소득 보장과 장기요양보험의 보완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노인복지진흥재단은 “초고령 노인에 대한 실질적 소득보장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연금과 질병에 대한 보험체계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효도 장려 위해 상속세 면제 해준다지만…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부모와 10년 이상 같이 산 집을 물려받으면 최대 5억원까지 상속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자녀가 10년 이상 부모와 함께 동거한 집을 상속받을 경우 집값 최소 5억원에서 최대 15억원까지 상속세를 면제받을 수 있게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국회가 합의했다.
 
부모 가운데 한 명이 생존해 있는 경우 배우자 공제까지 추가로 자녀가 받을 수 있어 최대 15억원의 집을 상속세 없이 물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노후문제 해결을 각 가정이 해결할 수 있도록 효도를 장려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같은 효도장려법안은 벌써부터 지적되는 문제점들이 많다. 먼저 부모와 동거했다는 증거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주소지만 부모와 같게 해놓고 별거하더라도 법적 기준으로 보면 동거가 되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많이 차이나는 지역의 경우 사실상 부자감세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수도권의 경우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지역의 경우 실거래가가 공시지가와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실거래가 10억 이상의 주택을 한 푼의 상속세도 없이 자식에게 물려 줄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소수의 부유층 자녀들만을 위한 법안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원 인제실내체육관에서 관내 경로당 어르신들이 참여한 가운데 '자신만만 인제 문해 한마당'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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