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대리점거래공정화법
물량 밀어내기·영업비용 전가 등 불이익 금지…지나친 규제 지적도
입력 : 2015-12-10 11:17:07 수정 : 2015-12-10 11:17:07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은 식품업체 등 본사로부터 물건을 사서 유통업체나 소비자에게 납품하는 대리점이 본사의 횡포로부터 벗어나도록 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이 법은 흔히 ‘남양유업방지법’으로 불린다. 2013년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며 물량 떠넘기기를 한 내용을 담은 녹취파일 공개를 계기로 그해 5~6월 심상정·이언주·이상직 의원 등이 잇달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대리점거래에 관한 정의 규정 신설 ▲대리점 거래 적용제외 사유 명확화 ▲공급업자가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물품 등의 구입을 강제하거나 금전·물품 등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금지 ▲공급업자가 대리점에 거래와 관련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강제하거나 대리점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명하는 행위 금지 등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4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주최 ‘대리점거래공정화법(남양유업방지법)’ 처리 상생꽃달기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리점법’ 어떤 내용 담겼나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첫 논의가 시작됐지만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공정위 의견에 따라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여당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데다 공정위가 지난해 5월부터 본사와 대리점간 불공정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고시를 시행하면서 대리점법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번에 여야가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를 논의하는 대리점법은 이종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물량 밀어내기, 영업비용 전가 등 불공정거래로 대리점이 피해를 입을 경우 최대 3배 이내에서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또 대리점 사업자가 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허용하고 협의권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또 공급업자가 대리점에게 거래에 관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강제하거나, 대리점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급업자는 대리점의 주문내용의 정당한 확인요청에 대해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되며 대리점에게 분쟁조정 신청 등을 이유로 거래의 정지 또는 물량의 축소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검토보고서.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대리점 정의’ 규정 쟁점…거래 관계 타당성 검증 ‘난관’
 
쟁점은 ‘대리점 정의’ 규정이었다.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법 적용과 처벌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이를테면 택배차량 운전자·A/S기사·방문판매원 등으로 규제범위가 넓어질 수 있고, 이동통신사 판매점 등 별도의 상호를 사용하면서 다수 업체의 상품을 판매할 때도 대리점 거래로 볼 수 있느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법안의 검토보고서 일부를 소개한다.
 
-대리점 거래관계는 계약관계(전속계약, 독립계약), 거래형태(직매입, 위수탁거래), 동일영업표지 사용여부 등 그 양태가 다양한데 반해, 대리점 거래관계에 대한 기초적인 통계나 현황, 거래형태에 대한 실태조사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리점거래관계에 대한 법체계와 규제내용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규제를 급격히 강화할 경우 대리점 직영화, 대형마트, 전자상거래 등 다른 유통채널로의 전환을 가속화시켜 대리점 영업기반이 축소되는 등 오히려 대리점주에게 손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현실의 거래형태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실시한 이후에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입법 정책적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임. 참고로 현재 대리점 거래관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별도의 법률 제정이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려는 안이 우리 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음.
 
-영업표지와 관련하여 도매 대리점의 경우 영업표지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이동통신사 판매점 등의 경우 별도의 영업표지를 사용하면서 다수 업체의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도 있어 영업표지 사용을 대리점 거래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과, 영업표지 사용과 계속적 거래관계만을 대리점 거래의 구성요소로 규정할 경우 택배차량 운전자, A/S기사, 방문판매원 등으로 규제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
 
-제정안은 정보공개서의 등록, 등록거부 및 취소, 대리점 계약 희망자에 대한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 허위과장된 정보제공금지 등에 대하여 공통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중소기업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은 자에 대한 정보공개서 관련사항의 적용범위, 대리점 계약 체결의 전제조건 등 일부사항에 대하여 다르게 규정하고 있음.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검토보고서.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과도한 중복 규제…대리점 유통구조 변화로 작용할 수도”
 
업계에서는 본사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안이 긍정적으로 적용된다면, 대리점주들과 본사 업체들간의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 밑거름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 대리점주나 본사 중 어느 한 쪽은 법안으로 인해 일방적인 피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법을 악용해 오히려 본사에 갑질을 하는 대리점 및 가맹점주가 나타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이로 인해 대리점 운영을 줄이고 직영점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본사가 대리점주나 가맹점주들로 인해 문제를 겪고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경우, 대리점 운영을 줄이고 상품을 고객에게 직접 파는 직영 방식을 강화하거나 대리점을 거쳐 대형마트에 납품하지 않고 직거래하게 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과잉규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업이 해당 법을 위반해 대리점에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의 3배 이내에서 배상을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 때문이다. 공정위가 시행 중인 고시만으로도 납품 대금의 2배에 달하는 과징금, 형사처분이 가능한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물리는 징벌적 배상이 추가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지적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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