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미국 진출은 올림픽 때문…두려움 없이 도전할 것"
입력 : 2015-12-21 17:34:00 수정 : 2015-12-21 17:34:00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후 내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도전하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새로운 무대로의 도전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전했다.
 
전인지(21·하이트진로)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고별 및 LPGA 진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설명했다. 사진/뉴스1
  
전인지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고별 및 LPGA 진출 기자회견을 열고 낯선 곳에서 시작될 2016년도 시즌의 각오를 밝힌 후 여러 취재진 질문에 답변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시작 순간부터 독특했다. 전인지는 "'계급장 떼고 편하게 얘기한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 그렇게 해보죠"라고 말하며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견장이 술렁였다. 현장의 분위기가 띄워지며 긴장감이 풀어지자 전인지는 곧바로 "좀 지나치다면 편집 부탁할게요"라고 말하는 여유를 부렸다.
 
전인지는 지난 7월 대회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던 US오픈서 우승의 영예에 올라서는 등 LPGA 경험이 있다. LPGA가 아주 낯선 무대는 아니다. 
 
그러나 초청 선수로서 잠시 경험하는 것과 LPGA를 주 무대로 삼고 활동을 한다는 것은 다르다. 내년에 대한 느낌과 각오가 꽤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전인지는 LPGA라는 무대는 두려움이 거의 없지만 친구와 만나기 어려운 것은 아쉬움이 상당히 강한 듯 했다. 그는 최근 '태국 골프 신동'으로 불리우는 아리야·모리야 주타누간 자매나 아사하라 무뇨즈, 페닐라 린드버그, 제이 메리 그린 등과 친구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두려움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올해 너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내년엔 LPGA 투어에서 상금 랭킹 톱(Top) 10에만 들어도 정말 잘 했다고 칭찬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한국 잔디(코스)보다 외국 잔디를 더욱 좋아했고, 첫 우승도 외국 잔디인 벤트글래스에서 했다."고 말한 후 "한국에서 친구 만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미국에 가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올해 LPGA 친구를 많이 사귀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목표는 잡지 않았다. 그는 "첫 시즌이니 욕심을 내기보다는 즐겁게 생각하려 한다. 새로운 코스를 접하는만큼 '성공하겠다'는 것보다 기대가 더 크다."면서 "승수(몇승을 거둘지는)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년 상반기는 LPGA 무대 적응에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도 욕심은 있었다. 올해 한·미·일 골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한 전인지는 영국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경험은 없다. 그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내년이 아니더라도 꼭 우승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LPGA 진출을 앞둔 상황에 맞춰 롤모델과 최종 목표를 묻는 취재진 질문도 나왔다. 그는 "저의 최종 목표는 비밀이다. LPGA에는 자기 관리를 잘하고 감탄을 자아낼 만큼 닮고 싶은 선수도 많다."면서 "골프 외의 삶적인 측면에서 아놀드 파머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전인지는 US여자오픈의 우승으로 LPGA 정회원 자격을 땄다. 하지만 LPGA행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가 LPGA행을 택한 결정적 계기는 올림픽 정식 종목에 골프가 새로 들었다는 것이다. 쟁쟁한 골퍼가 많은 한국 여자 골퍼의 상황에, 올림픽에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하기 위해서는 향후 꾸준히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고 지켜야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도 좋지만 LPGA가 세계랭킹에 영향을 미치고, 기량이 좋은 선수와 대결에 좋은 경험도 됐다.
 
그는 "솔직히 그때 당시는 '내가 미국에 꼭 가야만 하나'라고 생각했다. 조금 미루고 싶던 마음이 컸다. 부모님도 '결정은 네가 하되 한국에서 올해처럼 즐겁게 투어 생활 하는 것도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고 언급한 후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생겼는데 도전도 하지 않으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며 "올림픽은 '태극마크 달고 출전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준비해서 출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도전 과정에 출전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에 대해선 "누구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 경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수이기 때문에 올림픽에 도전은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올림픽에는 국가당 남녀 각각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고, 올림픽 랭킹 15위(내년 7월11일 발표)에만 들면 최대 4명까지 출전 가능하다. 한국은 세계 상위권 랭커가 많은 가운데 전인지는 여섯번째(박인비(2위), 유소연(5위), 김세영(7위), 양희영(8위), 김효주(9위), 전인지(10위))로 아직은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계급장 떼고 편하게 얘기하자'는 초반 언급답게 이날 회견에선 남자친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전인지는 "아직 남자친구는 없다"며 "지난주 팬 미팅 중 '첫 사랑도 안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기사를 본 친구들이 '거짓말 한다'고 뭐라고 했다. 나도 사람이라 괜찮은 사람을 보면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거기에서 진전은 없었다. 시간이 가면 생길 것이다. 주변에서 노력해야 생긴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전인지는 27일 미국으로 출국해 팜스프링스에서 2~3주 동안 몸을 만들고 충전도 하면서 보낼 예정이라고 향후 일정을 밝혔다. 이후 올랜도로 이동해서 스윙 보완을 비롯한 샷 연습을 하기로 했다. 내년 시즌 LPGA 투어 첫 출전 대회는 2월에 플로리다서 열릴 코테스 골프 챔피언십이 될 예정이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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