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 EPL, 매 라운드가 이야깃거리
첼시·맨유 몰락과 레스터시티의 돌풍 '화제'
입력 : 2015-12-28 11:45:50 수정 : 2015-12-28 12:35:02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예측 불가한 모습으로 전개 중이다. 전체 38라운드 중 18라운드를 치른 가운데 중간 순위표는 시즌 전 예상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소위 '빅4'로 불리며 매 시즌 상위권 다툼을 벌이던 팀들의 고전이 눈에 띈다. 지난 시즌 EPL은 우승팀 첼시에 이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까지 빅4가 차례대로 앞자리를 차지했다. 앞선 2013-2014 시즌도 1위 맨시티에 이어 리버풀, 첼시, 아스널이 순서대로 상위권을 수놓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정반대의 양상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 첼시는 15위(승점19)에 처져있다. 잘못하다가는 내년 시즌 강등팀(18~20위)으로 추락할 분위기다. 첼시는 최근 조제 무리뉴 감독을 경질하고 거스 히딩크 감독을 선임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설상가상으로 존 테리, 세스크 파브레가스, 에당 아자르, 오스카 등 주축 선수들의 태업설까지 흘러나왔다. 첼시는 EPL 개막전부터 매 라운드 이야깃거리의 단골 소재로 빠지지 않고 있다.
 
맨유는 곪을 대로 곪은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지난 시즌부터 줄곧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고 비판받은 가운데 올 시즌은 6위(승점29)에 머물러있다. 통산 20회 우승에 빛나는 최강팀의 면모는 잃은 지 오래다.
 
지난 시즌에도 맨유는 중하위권에서 휘청거리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을 선임하며 가까스로 4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런데 이제는 판 할 감독을 선임했을 때의 '약발'도 사라졌다. 맨유는 지난 26일 스토크시티전에서 0-2로 덜미를 잡히며 최악의 분위기로 빠졌다.
 
게다가 판 할 감독과 악명 높기로 소문난 잉글랜드 언론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판 할 감독과 현지 언론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판 할 감독은 스토크시티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그 규정 때문에 기자회견에 왔을 뿐이다. 여기 있는 분 중 내게 사과할 사람 없느냐"며 자신의 사퇴설을 보도한 언론에 대놓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현지 언론이 스토크시티전 패배 이후 기다렸다는 듯 판 할 감독과 맨유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복수극을 보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요즘 맨유 공식 SNS에는 팬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이처럼 맨유도 부정적인 이야깃거리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끊임없이 잉글랜드 현지 언론의 경질설에 시달리고 있는 루이스 판 할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 사진/맨체스터유나이티드 공식 페이스북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명됐던 맨시티는 여전히 강력하다. 한때는 선두를 달렸으나 지금은 3위(승점35)에서 재차 선두 등극을 노리고 있다. 지난 시즌 득점왕을 차지했던 아게로가 부상에 시달리면서 잠시 주춤하긴 했다. 이 가운데 팀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공격수 기근에 시달렸다.
 
그러나 맨시티를 괴롭히는 이슈는 따로 있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버젓이 팀을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PL을 넘어 다른 리그에서조차 그를 대신할 차기 감독 선임에 연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 결별을 선언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한때는 카를로 안첼로티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이름이 후보에 오르내리곤 했다.
 
시즌이 절반이나 남았는데도 감독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페예그리니 감독의 팀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선두싸움이 치열해지고 작은 것 사소한 부분에서 승부가 갈리는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맨시티의 조직력이 위협받을 전망이다.
 
빅4의 다른 팀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던 아스널이 분전 중이다. 아스널은 2003-2004 이후 12년 만에 우승컵을 정조준하고 있다. 리그 2위(승점36)를 고수하며 언제든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태세다.
 
하지만 아스널도 지난 27일 사우스햄튼에게 0-4로 패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치고 나가는 힘이 약했던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특히 아스널 입장에서 보면 갑자기 튀어나온 '돌풍의 팀' 레스터시티가 눈엣가시다.
 
레스터시티는 리그 1위(승점38)를 달리면서 EPL 순위싸움을 점점 더 안갯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따지고 보면 아스널의 새로운 경쟁 상대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레스터시티는 낯선 팀이다. 지난 시즌 EPL 승격 이후 14위를 기록하며 겨우 중위권 안착에 성공한 팀이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돌풍을 일으키며 EPL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중이다.
 
시즌 초만 해도 잠깐의 화젯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던 레스터시티의 승승장구가 이제는 EPL의 중심 소재다. 지난달 EPL 11경기 연속골 신기록을 세운 제이미 바디와 라니에리 감독은 EPL 사무국이 선정하는 11월의 선수와 감독상을 받았다.
 
여기에 13골 7도움을 기록 중인 미드필더 리야드 마레즈와 가로채기 1위를 달리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효율적 역습이라는 확실한 특징으로 패스 성공률이 낮음에도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스터시티와 빅4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면 더욱 순위 싸움을 예측하기 힘들다. 레스터시티는 지난 9월26일 아스널에 2-5로 패한 바 있다. 그러나 맨유와 1-1로 비기고(11월29일) 첼시에게 2-1 승리(12월15일)를 따낸 경험도 있다. 이 때문에 더욱 오는 30일 레스터시티와 맨시티의 일정이 주목받고 있다.
 
다른 유럽 축구리그와 비교하면 EPL의 종잡을 수 없는 행보가 더욱 눈에 띈다. 분데스리가(독일)는 2012-2013 시즌 이후 올 시즌까지 4년 연속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가 예상된다. 프리메라리가(스페인)는 이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양분하는 리그로 유명하다. 세리에A(이탈리아)는 유벤투스가 지난해 4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이리저리 비교해 볼수록 EPL이 혼돈의 시대를 걷고 있음이 자명해진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공장 노동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로 거듭나며 올 시즌 레스터시티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는 제이미 바디. 사진/레스터시티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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