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에 신속히 움직이는 한·미·일, ‘제재 강화’ 드라이브
3각 안보협력 구축 발판 삼아…6자회담 재개 등 대북 대화·협상론 실종
입력 : 2016-01-07 15:57:07 수정 : 2016-01-07 17:38:09
미국이 추구해온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 나라는 대북제재와 군사적 대비태세 강화를 외치며 힘을 모으고 있다. 6자회담 등 협상을 통한 새로운 접근은 시도하지 않으면서 북핵 해법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7일 박근혜 대통령 및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 말을 보면 미국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활용’하려 하는지를 읽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한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와 먼저 통화했다. 오바마는 아베에게 “(북한의 핵실험은) 지역과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비열한 행위”라며 “일본과 동맹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 한·일 위안부 합의도 언급됐는데, 아베가 “미국의 이해와 협력에 감사한다”고 하자 오바마는 “위안부 합의로 인해 한·미·일의 협력이 평화와 안정에 크게 공헌하고, 유엔에서도 가일층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화답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통화한 오바마는 “핵실험이 역내 안정을 저해하고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와 6자회담 틀 속에서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은 신성한 것으로서 흔들림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강조하기 위해 전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향후 유엔 안보리 등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며 “양국 정부가 신속히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국방 당국간 긴밀한 협력을 해온 것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통화에서도 오바마는 위안부 문제를 얘기했다. 그는 합의를 축하한다며 “정의로운 결과를 얻어낸 박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합의 이행을 적극 지원해나갈 것"이라며 "위안부 합의 타결은 북한 핵실험이라는 공동의 도전에 대한 한·미·일간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과거사 갈등의 봉합을 종용해온 미국이 위안부 합의 후 아흐레 만에 터진 북한 핵실험을 발판으로 한·미·일 3각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한·미 군당국은 군사태세 강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날 발표한 ‘한·미 국방부 장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재확인했고, 이러한 미국의 공약에는 미국의 모든 확장억제능력 수단들이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발표문은 또 "양국 국방부는 계획된 연합연습을 지속 실시하고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 및 4D 작전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합의를 바탕으로 이순진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에 대응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전개할 전략자산으로는 핵잠수함이나 B-52 장거리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이 꼽힌다.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이 한반도 상공을 오가며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던 2013년 3~4월의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북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나서야 할 한국 정부의 대응은 강경책 일색이다. 청와대에서는 이틀 연속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려 각종 군사적 대응방안과 대북 제재외교를 논의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비무장지대 위기의 소재였던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하기로 했다.
 
외교적 대책으로는 더 강력한 안보리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안보리는 6일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에 ‘중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새로운 결의안 마련에 즉각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국 등을 설득하며 이 과정에 적극 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네 차례나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의 행동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7일 국방부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한·미 국방부 장관 공동언론발표문'을 공개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순진(왼쪽)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함께 했다. 사진/뉴시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황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