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닮아가는 'MB표 분양'과 '근혜표 임대'
입력 : 2016-01-10 11:31:31 수정 : 2016-01-10 11:31:31
[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집이 있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건설인으로 꼽히는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기획한 서민주거안정 수단이었죠. 그리고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도 있습니다. 건설 개발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끈 과거 대통령의 딸이자 현 대통령이 제시한 미래형 주거 시설입니다. 논란은 있지만 역시 대의는 국민주거안정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2009년 보금자리주택이 처음 나왔을 당시 부동산시장은 놀랐습니다. 강남은 시중가의 반값, 기타 지역은 60~80% 선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니. 말 그대로 로또가 따로 없었습니다. 정보업체들은 청약전략을 앞다퉈 내놨고, 실시간으로 경쟁률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죠.
 
선풍적인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부동산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보금자리주택은 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탄받았죠.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직전 이를 피하기 위한 물량이 시장에 쏟아졌죠. 여기에 보금자리주택까지 나왔으니 과잉공급을 피할 수 없었죠. 금융위기로 안 그래도 아파트가 안 팔리는데 반값 아파트가 나오니 민간 아파트는 재고가 쌓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역대 미분양가 가장 많았던 때는 2009년 16만 가구죠. 또 보금자리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은 무주택 세대주, 즉 전세를 고집했죠. 전세난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된 때도 바로 2009년입니다.
 
막바지에는 부동산 침체에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보금자리주택이 속출했죠. 보금자리주택의 부작용만 잔뜩 부각된 채 현 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보금자리주택을 없애 버립니다. 그리고 박근혜표 주택으로 내놓은 것이 뉴스테이죠. 중산층용 고급임대주택.
 
그런데 말입니다. 이게 갈수록 보금자리주택과 닮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올들어 총 4곳의 뉴스테이가 분양됐습니다. 모두 순위 내 마감을 했죠. 최근 나온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는 보증금이 4억원에 달합니다. 4억원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집을 매수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이들은 주택구입 대신 임대주택의 입주를 선택했습니다. 이미 주택을 소유한 사람도 있겠지만 잠재소비자였을 확률이 높습니다. 최근 집값 하락 또는 약보합이 강하게 전망되며 뉴스테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집값은 떨어질 것 같은데 ‘8년간 이사 걱정없이 임대료 상승 2~5% 제한’ 문구는 꽤나 달콤하게 들릴 겁니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사람 중 뉴스테이에 들어갈 사람이라면 분양을 받거나 집을 매입할 필요가 없죠. 뉴스테이가 다 지어질 때까지 전세로 살면 됩니다.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하겠다던 국토부 방침과 정면배치되죠.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계신데 혹시 보금자리주택의 다른 이름이 뉴플러스라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뉴플러스, 뉴스테이. 이름만 닮은 것일지, 마지막 모습도 닮을지, 보면 알겠죠.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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