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공룡은 이케아 아닌 한샘"
가구거리와 3Km거리에 대형매장 입점…자사 대리점도 직격탄
입력 : 2016-01-12 17:44:37 수정 : 2016-01-12 18:46:23
국내 브랜드 가구사가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에 맞서기 위해 대형매장을 늘리는 과정에서 영세 가구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본사가 운영하는 대형매장과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던 자사 대리점의 경우 직격탄을 맞으면서 폐업 사례까지 낳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수원가구거리에 한샘 대형매장 입점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임효정기자
 
11일과 12일, 양일간 기자가 찾은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수원가구거리에는 '제2의 이케아, 한샘은 철수하라!', '한샘은 영세상인 말살하는 공룡기업'이라는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가구거리 인근 2.5Km 떨어진 곳에 한샘이 대형매장 오픈을 준비하면서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가구거리 상인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53개 매장이 모여있는 수원가구거리는 전국 가구거리 가운데서도 상권이 가장 활성화된 곳 중 하나다. 갈수록 매장 수가 줄어들고 있는 대부분의 가구거리와 달리 수원가구거리는 10년 전 30여개였던 매장이 현재 50여개로 늘 정도로 상권 기반이 든든했다. 소비가 지역 내에서 이뤄지면서 지역경기가 사는 선순환의 모범으로까지 평가됐다.
 
복진덕 수원가구협회 회장은 "한샘이 이케아에 맞선다는 이유로 대형매장을 늘리고 있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인근 가구점들"이라며 "가구거리 내부가 아닌 인근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고 반발했다. 그는 심지어 "30년간 가구거리를 지키면서 지금까지 상인들이 합심해서 이뤄놓은 상권을 한샘이 하루아침에 고사시키고 있는 행태"라고 규정했다.
 
수원시가구거리와 3Km 남짓 떨어진 거리에 한샘플래그샵 매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사진/임효정기자
 
수원가구거리에서 출발해 공사 중인 한샘 플래그샵 대형매장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로 오픈 예정이며, 현재 외부 조형 등 막바지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곳에 들어설 매장은 지난해 8월 대구 수성구에 오픈한 범어점에 이은 8번째 한샘 플래그샵으로, 규모는 약 1200평이다. 육안으로도 주변의 가구수요를 확보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공사 중인 한샘 플래그샵 맞은편에는 1330세대의 아파트가 이미 들어섰으며, 그 옆으로는 아파트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공사 중인 아파트에는 2018년 10월 2200세대가 입주 예정이며, 바로 옆 1만평의 부지에 주상복합 허가가 나면 추가로 2000세대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인구 유입은 인근 수원시가구거리 상인에게도 호재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잠재고객을 두고 대형매장과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로 뒤바뀌었다. 특히 동일한 제품으로 경쟁해야 하는 자사 대리점의 상황은 심각하다. 대형매장과 경쟁상대조차 될 수 없는 자사 대리점은 일찌감치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경 수원가구거리에서 한 개인이 운영하던 500여평의 한샘 대리점은 현재 본사가 임대하고 있다. 이 매장은 초기비용 부담없이 대리점 운영을 원하는 점주 4명이 운영하고 있다. 인근에 대형매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인이 바뀌었다. 한샘 플래그샵 대구범어점이 오픈하기 전 한샘 대리점 4곳 가운데 2곳이 간판을 바꿔달기도 했다. 수원가구거리에서 브랜드가구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대형매장이 들어서면 대리점이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일단 규모에서 밀리고 홍보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용주 경기도가구산업연합회장은 "대리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시장점유율을 높여놓고 이제 직영 대형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끌어들이면서 기존 대리점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유통업계에서는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이유로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고,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출점을 제한하고 있지만 가구업계는 상생법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 자체적으로 상생의 룰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대리점은 스스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플래그샵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고 시장점유율이 커지면서, 대리점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때문에 플래그샵이 대리점을 잠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구와 부산의 경우 플래그샵 오픈으로 오히려 매출이 높아진 주변 대리점이 대표적인 사례"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플래그샵 오픈으로 그만두는 대리점이 발생할 경우 상권에 따라 기준을 정해 점주에게 합의 후 일정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지난 2014년 문을 연 플래그샵 목동점의 경우 한 달 만에 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최근 오픈한 대구범어점의 경우 개장 100일 만에 약 32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등 놀라운 흥행을 보였다. 시장 반응을 확인한 한샘은 현재 운영 중인 7개의 대형 플래그샵 매장을 오는 2020년까지 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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