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사드는 북한 방어용? 오해와 진실 5가지
입력 : 2016-02-09 22:47:39 수정 : 2016-02-09 22:48:31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6시간 후 한·미 군 당국이 사드 협의 개시를 선언한 후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가) 최대한 빨리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AFP>에 ‘결정이 내려지면 1~2주 내 배치가 가능하다’고도 언급했다. 미군은 평택, 대구, 군산 등을 부지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미가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거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내놓는 핵심 주장들에 대한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군 당국의 주장 가운데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는 것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1. 남한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것?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7일 국회 국방위에서 “(사드) 1개 포대의 능력이 한반도 남쪽의 2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방어한다는 평가 수치가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사거리 300km 스커드B 미사일, 사거리 500~600km 스커드C 미사일, 사거리 1300km 노동미사일 등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을 남한으로 쏠 때 종말단계 고고도(50~150km)에서 요격하는 체계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50~150km 고도에 들어가지 않도록 쏠 경우 사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발사 각도를 낮추면 사드의 요격 가능 범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물선으로 날아가는 탄도체는 고각도로 쏘건 저각도로 쏘건 같은 거리를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반론이 제기된 가운데 국방부는 2014년 3월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한 것을 지목하며 ‘남측의 기존 요격체계(PAC-3)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험발사’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니 새로운 요격체계인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드의 요격 고도를 ‘만족시키도록’ 고각도로 노동미사일을 쏘는 것은 스스로 먹잇감이 될 생각이 없다면 일어나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고도를 높여 쏘면 비행시간이 길어져 요격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명중률도 떨어진다.
 
#2. 미국 본토 방어와는 무관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사드 협의 개시 선언 후 기자들에게 “주한미군 사드는 미국 본토 방어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남한 공격에 대한 방어가 목적임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앞서 보았듯 ‘남한 방어용’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미 본토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데, 누가 쏜 미사일을 막으려는 것이냐를 두고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첫째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 본토 공격 방어용이란 분석이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는 지난해 <창작과비평> 여름호에서 북한이 발사한 ICBM이 미 본토를 향해 남극궤도로 날아갈 경우 한국에 있는 사드의 레이더로 추적한 후 서해나 남해에서 이지스함에 배치된 요격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2012년 12월 북한의 은하 3호 비행궤적이 서해를 지나 필리핀으로 향한 것에 주목하며 “북한 미사일이 남극궤도를 따라 갈 경우 속수무책인 미국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사활적”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광명성호 로켓도 은하 3호와 마찬가지로 제주 서남방을 지났고, 2단 추진체는 필리핀 루손섬 동쪽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둘째는 중국 ICBM의 본토 공격 방어용이란 분석이다.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가 직접 요격하지는 못하지만, 중국에 가까운 한반도에 있는 사드 레이더가 ICBM을 조기 탐지해 추적한 정보를 본토 방어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사드를 배치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상당수가 이 분석을 지지한다.
 
#3. 사드 레이더는 종말모드로만 운용?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의 사격통제 레이더는 종말모드로만 운용된다”고 말했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레이더(AN/TPY-2)를 2000km까지 탐지가 가능한 ‘전진모드’로 운용해 중국의 ICBM 동향 등 군사적 움직임이 한눈에 파악될 것이라는 중국의 경계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600~1000km만 탐지할 수 있는 종말모드로만 운영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 국방부의 ‘미사일방어국 2012년 예산추계’에 따르면 종말모드에서 전진모드로 전환하는 데에는 8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탐지지역을 중국이나 러시아 쪽으로 어렵지 않게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 종말단계로 운용하고 있음을 확신시킬 방법도 없다.
 
#4. 미국 미사일방어(MD)에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사드 배치는 MD 편입과는 무관하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MD 체계에 편입된다는 것은 양국 MD의 연동시스템을 통합하고 단일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드는 과정을 수반해야 하는데, 한·미간에는 그런 것이 없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서재정 교수는 <창작과비평> 논문에서 “미국은 패트리어트, 사드, SM3, 지상배치 요격미사일 등 지금까지 개발한 다양한 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드용 레이더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통합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됨으로써 미·일이 중국 견제를 위해 구축한 MD 체계의 일부로 한국이 편입되는 것이라는 분석은 무수히 많다. 사드는 MD의 구성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5.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의 전개·운영 유지비용은 미국 쪽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사드 배치 부지와 기반시설은 한국 쪽이 부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미국이 돈을 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한미군에 지급하는 방위비분담금을 늘려주는 방식 등 한국 정부가 비용을 대는 길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부지를 한국이 담당하기로 한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을 떠안은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경 5km까지 강력한 전자파를 뿜어대는 사드 레이더 배치 지역을 선정하려면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드에 대한 한·미 군 당국의 다섯 가지 핵심적인 주장에 대한 반론들을 연결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사드는 남한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데에는 별 쓸모가 없다. 북한이나 중국이 미국 본토로 발사한 ICBM을 추적하거나 요격하기 위한 무기체계이다. 사드의 레이더는 중국 쪽으로 탐지지역을 어렵지 않게 바꿀 수 있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됨으로써 한국은 미·일 MD 체계의 일부로 편입된다. 배치 비용은 초기에도 상당 부분 한국이 부담해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부담할 수 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미사일방어(MD) 체계 중 하나인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의 모습.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난 7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 이시가키 섬에서 촬영됐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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