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인사이트)2030년 글로벌시장 키워드는 ‘실버·중국·북미’
노년층·중국 근로자등, 11조달러 소비창출로 전세계 신규소비 절반 차지 전망
입력 : 2016-04-18 11:49:48 수정 : 2016-04-18 17:27:28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인구 변화가 전 세계 소비시장의 지형도를 다시 쓰고 있다. 과거 소비시장을 이끌던 중요한 힘은 '인구 증가'였다.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도시로 집중되면서 기업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소비자를 확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구 증가 속도가 더뎌지면서 소비시장의 양적 팽창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되는가 싶던 세계 경제는 중국발 불안이라는 악재를 만나 다시 휘청이고 있다. 질적인 성장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기업으로서는 소비를 늘릴 여력이 있는 소비자군을 찾아 공략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오는 2030년 선진국의 은퇴자와 중국의 근로인구, 북미지역 근로인구 등이 주요 소비집단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뉴시스·AP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연구조사기관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최근 '세계 소비자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며 2030년까지 전 세계 소비시장을 이끌 소비자 그룹 9개를 소개했다. 선진국과 중국의 은퇴한 노년층과 중국·북미·남미·남부 및 동남아시아 등의 근로자들로 이들이 앞으로 15년간 발생할 소비 증가분의 4분의3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에서도 ▲선진국 실버 소비자 ▲중국 근로자 ▲북미 근로자 등 세 그룹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며 "세계 경제 지형도를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MGI는 오는 2030년의 도시지역 소비 규모가 지금보다 23조달러 커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조달러가 이들 세 그룹의 몫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돈 있는 실버층, 주택·여가시장의 큰손
 
선진국의 60세 이상 노년층은 안정적인 경제력을 기반으로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노년층은 지금도 청장년층에 비해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1인당 연평균 소비액은 노년층이 3만9000달러, 30~44세는 2만9500달러다. 앞으로는 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선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노년층 인구 자체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현재 약 1억6400만명인 선진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오는 2030년까지 2억2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은 약 4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소비를 창출할 전망이다.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전체 신규 소비의 절반이 넘는(51%) 규모이자 전 세계 신규 소비의 19%에 해당하는 규모다. 노년층 인구가 많은 서유럽과 동북아시아에서는 각각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소비의 59.3%와 58.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 증가 속도도 평균 이상이 될 전망이다. MGI는 2030년까지 전체 소비는 연평균 3.6% 속도로, 선진국의 75세 이상 인구의 소비는 연평균 4.5%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노년층의 지출에서는 보건·의료분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소비가 헬스케어 분야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MGI는 미국의 주택, 운송, 오락 부문 소비 증가분의 40%를 노년층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리모델링과 관련해서는 이미 전체 시장의 45%를 55세 이상 인구가 소비하고 있다. 개인 소유의 집에서 독립적인 노년을 보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은퇴 이후 자유시간이 많아지면서 오락 및 여가활동에 사용하는 시간과 돈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2030년 미국의 노년층이 여가 및 스포츠에 활용하는 일평균 시간의 총합은 1억9500만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2400만개의 풀타임 일자리의 근로시간과 맞먹는 규모다. 
 
중국 근로자 소비, 2030년까지 두배로
 
오는 2030년이면 중국의 15~59세 근로인구도 양적, 질적인 면에서 거대한 소비 집단을 이룰 전망이다. 앞서 베이비부머가 전 세계 소비시장을 뒤흔들었듯이 다음 타자는 중국 근로자층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30년까지 중국의 근로자 인구는 현재보다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신규 소비는 4조달러가 될 전망인데 이는 전 세계 소비 증가분의 18% 규모다. 이들의 구매력을 키우는 것은 늘어나는 소득이다. 중국에서 월 2100달러 이상을 버는 중산층 가구는 지난 2010년 기준 전체의 4%에 불과했지만 오는 2030년이면 50%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 4800달러에 불과한 1인당 연평균 소비액은 2030년이면 1만700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태어난 집단으로 앞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소비성향을 보일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기를 겪어온 세대로 미래 경제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소득의 상당부분을 지출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고가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온라인 구매, O2O(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서비스)에 익숙한 점도 특징이다. 교육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전체 신규소비의 12.5%를 교육비로 사용하는 등 관련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여행객도 크게 늘어 2020년이면 1억명의 신규 해외여행객이 생겨날 전망이다. 외식에 사용하는 돈도 현재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근로자, 소비 양극화 심화될듯
 
북미지역의 근로자층은 전체 소비시장의 10%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1억8000만명인 이들 인구는 오는 2030년까지 7% 늘어나며 1억9100만명의 소비자층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기간 1인당 소비 규모는 24% 증가할 전망이다. 
 
근로자층으로 묶여있지만 집단 안의 양극화 현상은 심각하다. 지난 2000년 15~34세 가구 중 상위 20%와 나머지 80%의 순자산 격차는 4배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8배로 벌어졌다. 밀레니얼 세대(1985~2000년생)인 27세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2만7400달러 수준으로 앞서 X세대(1970~1984년대 중반)가 같은 나이에 벌었던 금액보다 9%나 적다.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인종적 다양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15~34세 중 히스패닉 비중은 지난 1980년 7%에 불과했지만 2012년 21%로 늘었다. 인종에 따라 선호하는 식품이나 화장품 등이 다른 만큼 소비성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MGI는 "북미지역 근로자층에 집중하는 기업이라면 다양한 구매력을 가진 개개인을 어떻게 다루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앞 세대에 비해 졸업이나 결혼, 출산, 주택 구매 시기 등이 늦춰지며 소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15~34세 중 기혼자 비중은 지난 1982년 54%에서 2014년 36%로 크게 줄었다. MGI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자들의 주택 구매 비중이 기혼자에 비해 30%포인트 낮다. 1982년에서 2014년 사이 젊은 세대의 주택소유 비중이 5%포인트 하락했는데 미혼 인구 증가가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건을 구매할 때에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다. 기업이나 전문가가 제시하는 정보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신뢰하고 즉각적인 배송이 가능한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헬스케어·여가 등 '서비스' 잡아야
 
이 밖에도 MGI는 모든 소비자 집단을 잡기 위해서는 '서비스' 분야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 등 필수재에 대한 소비가 줄어드는 반면 외식이나 호텔, 여가, 문화 등 서비스 분야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1인당 소득이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소비여력이 증가하는 실버계층이나 중국 및 북미 근로자들은 헬스케어나 여행, 여가 등 서비스 관련 소비를 늘리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O2O 등 모바일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기존의 물리적인 제품도 서비스와의 연관성도 높아지고 있다. 
 
MGI는 "서비스에 대한 소비는 모든 도시 소비자 사이에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전반적인 소비성향이 정체하더라도 헬스케어에 대한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봤으며 신흥국에서는 영화와 외식, 금융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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